춤과 음악! ‘기쁘지 아니한가’ 무대에 선 회사원들

LG전자 뮤지컬 동호회 '뮤즈토닉'이 2015년 12월 19일 공연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LG전자 뮤지컬 동호회 '뮤즈토닉'이 2015년 12월 19일 공연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 뮤즈토닉 회원들의 합창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이들의 얼굴엔 평일 저녁의 피곤함 대신 열정이 가득 배어난다.

‘뮤즈토닉(Muse Tonic)’은 2012년 만들어진 LG전자 사내 뮤지컬 동호회다. 음악의 여신 뮤즈(muse)에 강장제(tonic)를 더해 ‘음악을 통해 힘을 얻자’는 의미를 담았다.

노래를 못해도, 춤을 못 춰도 괜찮다. 뮤즈토닉의 문은 음악을 좋아하는 LG전자 사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뮤즈토닉의 전체 인원은 130~140명 정도이고 연습과 공연에 참여하는 올해 활동인원은 약 80명에 달한다.

회원이 되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개월씩 뮤지컬 교육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 연습을 한다. 뮤지컬 교육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연기, 녹음, 안무, 합창 넷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상반기 교육이 끝나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장기자랑 성격의 소공연을 연다. 이름하여 ‘울트라 뮤즈토닉 페스티벌’로 지인들 사이에선 UMF로 통한다. 8월 말부터는 연말 공연을 위해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한다. 뮤즈토닉은 2012년부터 수차례 갈라쇼를 비롯해 ‘렌트’, ‘레미제라블’, ‘올슉업’ 등의 공연을 올렸다.

관객 호응은 상당했다. “직장인 동호회라고 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는 게 지인과 가족들의 주된 평이다. 비결은 적지 않은 연습량이다. 평일 저녁과 주말 오후 주 2회 모임이 진행된다.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 주 3회는 기본, 주말 내내 연습에 매진하기도 한다.

뮤즈토닉은 회원간 격식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서로 별명을 부른다. 매년 남녀 1명씩 선출되는 동호회장도 ‘대장’으로 불린다.

올해 여자 대장을 맡고 있는 배지영 LG전자 책임은 “구성원 연령대가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며 “닉네임을 쓰면서 나이와 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못하죠.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뺏기는 취미거든요. 그래도 확실히 일상에 활력이 돼요.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고 끼가 있는 분들이 많아서 회원들도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배지영 책임은 “뮤즈토닉 활동은 재밌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도 그렇고 회원들도 무엇보다 즐거웠으면 좋겠다”며 “공연 준비가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재충전이 돼 일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자 대장인 전현재 LG전자 선임연구원은 2013년부터 꾸준히 무대에 오른 뮤즈토닉의 터줏대감이다. 전 연구원은 “공대를 나와서 연구원으로 일하다보니 너무 이공계 쪽에만 있었다는 생각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금세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자연히 트러블도 생기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걸 다 이겨내고 공연을 올리고 나면 안 좋았던 기억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재미와 쾌감만 남는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경험은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요. 아무리 힘들었어도 막이 내려갈 땐 ‘내년에 또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계속 활동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전 연구원은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동호회 사람들이 축가를 불러줬다”며 “몇 달씩 함께 고생한 팀원들과 동료애 이상의 끈끈한 우정을 쌓은 것 같다”고 밝혔다.

뮤즈토닉 활동을 계기로 새로운 꿈을 찾은 회원도 있다. 뮤즈토닉 창립 멤버인 한 회원은 올해 퇴사 후 전문 연출가의 길을 걷고 있다. 상반기 합창반 팀원들은 전문 성악가와 합동 공연을 여는 등 동호회 내 소모임도 활발하다.

뮤즈토닉은 올해 연말에도 풍성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라라랜드’, 뮤지컬 ‘영웅’ 등의 유명 넘버를 연이어 선보이는 갈라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꿈과 열정’. 반복되는 직장 생활 속에서 탈색돼가는 일상에 새 생명을 불어 넣은 이들의 환한 얼굴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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