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경주화백센터서 ‘100분 이슈토론회’ 개최

8월 30일 경주화백센터에서 열린 원자력이슈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8월 30일 경주화백센터에서 열린 원자력이슈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새 정부가 탈원전을 기치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급격히 추진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위험하다는 데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정치 쟁점화가 되면서 당장 모든 신규 원전의 건설을 중단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현 구조상 최소 2079년까지 좋든 싫든 원전 가동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어서 현재 운전 중인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도 과제다.

원자력산업계 종사자들은 ‘원전이 안전하고 싸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강조한다. 반면 원자력반대진영에서는 ‘원전은 위험해 가급적 빨리 모든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맞선다.

8월 30일 경주화백센터에서 열린 원자력이슈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원전의 안전성과 신재생의 원자력 대체 가능성, 에너지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의 타당성 등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쟁점1 : 원자력 과연 안전한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공학과 교수로서 그동안 원자력 안전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서 원자력계 내에서도 비난을 받아왔다”며 “원자력 안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운전 이력이 쌓이면서 더 오랜기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력 안전 문제는 우리나라만 탈 원전을 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원전 1기당 사고 확률은 3000년에 1번인 점을 감안할 때 180기가 돌아가는 한·중·일 동북아3국에서 일어나는 사고확률은 17년에 1번이어서 결코 낮은 빈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아베 수상에게 동반 탈핵을 약속받아야 진정한 안전이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 원장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원전의 안전 신화가 무너졌고,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경주 강진과 다수 호기 밀집 건설에 따른 중대사고의 위험성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탈원전에 공감하고 있다”며 “과연 활성단층지진대 위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한 것인가, 또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은 과연 바람직한가, 방폐장은 지하수가 하루에도 1600톤씩 나오는데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지 등에 관해 원자력계가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탈핵도 중요하지만 최근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자력종사자들이 자괴감에 빠져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우려된다”며 “원전종사자들의 사기저하와 우수한 인력 유출, 자재부실 등으로 안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안전한 원전 운영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2 : 신재생에너지와 LNG 과연 원자력 대체 가능한가

서균렬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가 내려가고 있고, 향후 발전기회균등비용이 원전보다 낮아질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저장과 부지확보에 있다”며 “우리 국토와 궁합이 맞는 지속가능에너지가 출현할 때까지 정부가 태양광이나 풍력, 가스로 탈 원전을 이루겠다는 건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포기할 경우 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는 미국 셰일가스 가격이 낮지만 세계적으로 가스사용이 늘어 가격은 분명히 오를 것”이라며 “가스 비중을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윤원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은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독일을 롤 모델로 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평소에는 발전량의 50%를 신재생이 담당하지만, 해가 없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5%도 안 돼 갈탄발전소가 항시 대기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프랑스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쟁점3 : 설계 수명 다한 원전의 계속 운전 필요한가

박윤원 원장은 “설계 수명이 지났다고 해서 해당 설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하면 필요한 성능을 낼 수 있는 기간을 당초 설계기간보다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며 “원전의 계속운전은 안전하지 않으니 무조건 세워야 한다는 논리는 계속운전 판단을 위해 들이는 새로운 시설투자와 매우 엄격한 기술기준 적용 등을 감안할 때 과학적 근거가 미약해 냉철한 안전기준 잣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룡 한전 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도 “2029년까지 원전 11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계속운전이 중단될 경우 약 3만3600명의 전문기술인력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전 세계 원전 해체산업 규모가 130조원 규모로 막대하다고 하지만 선진국이 선점하고 있는데다 해체대상 원자로가 노형별로 해체기술이 상이해 우리나라가 진출할 수 있는 해체시장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쟁점4 :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포함한 탈 원전 정책의 타당성

이재근 원장은 “탈 원전은 생명과 가치에 대한 문제이지 정치논쟁거리가 아니다”며 “탈핵 진영에서도 무조건적인 탈 원전을 주장하며 여론을 선동하기보다는 안전성, 경제성, 사회적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국민들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에 전문가가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양쪽 전문가들이 시민참여단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균렬 교수는 “정부는 60년 넘게 천천히 탈 원전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왜 당장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부터 죽이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독일과 대만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신재생과 함께 원자력에 회귀하는 미국과 영국도 바라보고, 에너지전환이 아니라 에너지혼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원 원장은 “원전 문제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논해야지 정치 쟁점화해서는 곤란하다”며 “ 공무원이든 원자력 관련 공기업이든 옳다고 믿는 것을 소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즈음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역설했다.

김태룡 교수도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현재 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나 가스로 원전을 대체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대통령은 60년에 걸쳐 탈원전을 하겠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이 60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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