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여름 더위 앞에 ‘기록적인’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가끔씩 내리는 빗줄기가 달구어진 땅의 열기를 식혀준 덕분에 버틸만한 때도 있으나 여름 한 낮의 무더위는 견디기 버거운 게 사실이다. 특히나 더위에 약한 기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폭염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우리나라 전력수급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단하기엔 이르지만 전력당국에선 올 여름 전력수급에 있어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눈치다. 실제로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7월 21일에 기록한 8458만6000kW, 예비율은 12.3%였다.

하지만 올 여름 노후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크고작은 정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전기계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지난 15일 저녁엔 고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변압기 과부하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정전사고가 발생, 1780가구가 4시간 가량 불편을 겪었다.

이와 관련 한전은 공동주택의 정전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대만에선 전체 가구의 절반이 피해를 입는 최악의 정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 15일 저녁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약 700만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대만 경제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후폭풍도 거세다.

이와 관련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이번 대만의 대규모 정전이 예고된 인재(人災)였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만은 올 들어 전력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해 있었다. 예비율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전을 무리하게 멈춘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멈췄던 원전 2기를 재가동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음에도 예비율이 1%대를 기록하는 등 벼랑끝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에 산업부는 대만의 사례를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전제로 탈원전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대만의 정전이 원전 때문이었는지는 판단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대만 정부가 내놓은 정전의 표면적인 이유는 LNG 발전소 정지다.

하지만 전력예비율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탈원전화를 진행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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