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력기자재 제조사들이 지난 상반기에 팔기는 많이 팔았지만, 남은 건 없는 ‘실속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반기보고서를 공개한 상장 전력기자재 제조사 22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한 곳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선업체와 전력기자재 중소기업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먼저 모든 전선업체의 매출이 증가했다. 영업익은 반대로 감소한 곳이 많았다.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크게 오르며 전선 시세를 높였고, 업체들의 매출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시장 전반의 경쟁이 보다 심화되며, 수익성은 나빠졌다.

대한전선과 가온전선, 일진전기, 대원전선, LS전선아시아는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이중 일진전기와 가온전선, 대원전선 등 과반수가 넘는 기업의 영업익이 감소했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영업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13개 업체 중 광명전기, 선도전기, 서전기전, 제룡전기, 제룡산업, 누리텔레콤, 보성파워텍, 지엔씨에너지 등 8개사는 영업익이 감소했으며, 이중 제룡전기, 누리텔레콤, 보성파워텍은 적자를 기록했다.

전력기자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중전 빅3’도 비교적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LS산전을 제외한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과 효성 중공업PG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며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19.1% 빠지며 주춤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와 일시적 제품 인도 지연, 사업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효성 중공업PG도 매출은 –17%, 영업익은 반토막(-54.7%)났다.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고수익 제품의 판매 이월이 주요 원인이다. 수익성 감소가 유난히 커보이는 것은 지난해 실적이 너무 좋았던 탓도 있다.

LS산전은 중전 빅3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하며, 선방했다. LS산전은 매출 1조1478억원, 영업익 796억1244만원을 기록해 중전 빅3 중 매출·수익 모두 최고를 기록했다.

한편 조명제조, 에너지공기업, 신재생에너지, 건설업 상장사들의 경우 실적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조명업체 중 우리조명과 파인테크닉스, 삼진엘앤디, 유양디앤유는 어려운 경기 여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서울반도체와 코콤, 필룩스는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두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호전기와 동부라이텍의 경우 영업이익과 매출에서 각각 상승세를 유지하며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주요 에너지공기업은 연료비 상승의 파도를 피하지 못했다.

한전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4조원 이상 급감했으며, 지역난방공사도 3분의 1에 가까운 500억여원의 이익이 증발했다. 가스공사는 연료비 연동제 덕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태양광의 경우 세계시장의 가격하락이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신성이엔지, 파루, 에스에너지 등이 글로벌 가격 하락, 태양광 시장 침체 등 원인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품소재인 잉곳, 페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는 올해 상반기 대폭 실적 개선을 이루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OCI와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풍력산업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유니슨과 씨에스윈드는 국내 풍력단지 조성사업 참여와 해외 수주 확대 등으로 눈에 띄는 실적향상을 보였다.

국내 배터리 라이벌 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의 희비도 엇갈렸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부문은 물론 생명과학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거두며 1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삼성SDI는 61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 수주 급감·수익성 중심 수주로 해외실적은 저조했지만 국내 주택사업 호조세로 깜짝 실적을 냈다.

실제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삼성물산(건설부문) 등 6대 상장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상반기 전년대비 2배에 이르는 1조905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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