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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59)‘한바탕 울음 울게 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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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슬플 때만 우는 줄 알지만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된다.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게요.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다를 것이 없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호곡장好哭場’, ‘한바탕 울어볼만한 곳’이란 글입니다.
중국 사신 길에 만난 1200리 사방이 하늘과 땅 끝이 맞닿아 있는 요동벌판의 풍경을 보고 기가막혀 한바탕 울음을 울기에 좋은 곳이라는 내용이지요.
박지원은 또 그만한 울움터로 금강산 비로봉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는 자리가 한바탕 울어볼만한 자리이고 황해도 장연의 금모래사장에 가면 한바탕 울어볼만하다고 했습니다.
두 곳 다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곳이니 짐작만 할뿐이지만 2017년 8월 14일 새벽, 저도 그렇게 한바탕 울어볼만한 기막힌 풍경을 지리산 만복대에서 만났습니다.
8월의 ‘지리산행복학교 사진반’ 수업은 새벽에 정령치 휴게소에서 은하수를 보고 만복대에 올라 지리산 일출 사진을 담는 일정이었습니다.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구름이 가득 낀 날씨여서 은하수 보기는 포기를 하고 정령치에서 만복대 오르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산을 오르는 내내 구름이 자욱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하여 아침 해를 보리라는 생각을 접고 수업일자를 잘못 잡았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1440M 만복대 산정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앞을 가로막던 구름이 확 걷히고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과 제2봉인 반야봉 봉우리만 구름 속에 섬처럼 솟아 둥둥 떠 있는 풍경은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산이 아니라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 그만 목 놓아 울어버리고 싶은 심경이었지요. 일행 중 누군가가 ‘그만 저 구름바다에 빠져 죽어도 좋아!’라고 외쳤습니다. 나도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똑같은 마음이었지요.
숱하게 지리산을 올랐지만 이 아침처럼 감격스런 풍경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헤아릴 길 없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한 한 시간쯤 자리를 내어준 구름이 다시 몰려와 보여주었던 신비의 문장을 지우듯 깨끗이 지워버렸습니다. 행여나 하여 한참을 기다렸지만 구름에 잠긴 천국의 문은 다시 열리지 않고 추위가 몰려와 뒤돌아보며 산을 내려와야했습니다.
그렇게 환희 속에서 시작해 내내 흥분된 하루를 보내고 담아왔던 풍경들을 꺼내봅니다.
어제 새벽에 느꼈던 그 환희로움이 되살아나는군요.
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새벽 지리산 어두운 산길을 오르내렸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사진 한 장을 그대에게 보냅니다.
사진을 보는 그대 마음도 환해지겠지요. 잠깐이라도 고된 세상일 잊어버리고 마음이 환해져 한바탕 울음이라도 울어버렸으면, 그랬으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처마 끝 풍경소리 요란하고 비바람이 드센 아침입니다. 텃밭의 고추나무들이 쓰러지고 가지가 꺾였군요. 잦아진 비를 맞으며 고추나무 지지대를 다시 세워주고 묶어주었습니다.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여름이 지나감을 느낍니다. 이제 가을맞이를 준비해야 하겠군요.
작성 : 2017년 08월 14일(월) 15:06
게시 : 2017년 08월 16일(수) 10:32


글 + 사진 ┃김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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