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야구?, 즐기는 야구!"

야구의 주체는 사람이다. 던지고, 차고, 쏘는 대상이 점수를 내는 다른 종목들과 달리, 야구는 사람이 홈(Home)으로 들어와야만 점수가 난다. 이를 위해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매 경기 모두 하나가 돼 한 편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

설립 4년차를 맞은 전기공사협회 서울서부회 서부야구단의 박정호 단장(덕우종합전기건설 대표)은 “경쟁, 승리보다도 중요한 건 사람들 간의 유대”라고 말한다.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동호회인 만큼,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게 서부야구단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제1의 가치다.

늦여름 더위를 식힐 단비가 내리던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현천동야구장에서 서부야구단을 만났다. 이날은 마침 지난달 창단 이래 첫 승을 거둘 때 상대팀이었던 레드바론즈와 재대결을 앞둔 날. 하지만 긴장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둘 모여드는 단원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근황을 묻는데 여념이 없다.

한창 이날 경기의 엔트리를 짜고 있던 김광덕 감독(우경전력 대표)의 일성을 듣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늘 목표요? 안 다치고 좋은 시간 보내는 거죠. 이기는 야구가 아니라 즐기는 야구가 우리의 모토입니다. 그래서 엔트리도 모두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짜고 있고요.”

서부야구단은 설립에는 한국전기공사협회 서부회의 청년단이 주축이 됐다.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사들 간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낀 박정호 대표는 김광덕, 최창배 대표(대광신호공사) 등과 함께 야구단 조직을 구상했다.

지난 달 첫 승리를 거머쥐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공식 경기 1승을 거두기까지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야구에 웬만큼 애정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을 터.

박 단장은 “처음 야구단에 합류했던 사회인 야구단 출신들(김복중 천운정보통신 대표, 박시용 동서에너지 대표, 최창배 대표 등)을 주축으로 1년 정도는 시합을 잡지 않고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며 “수많은 패배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아온 게 첫 승을 이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궤도에 오른 야구단 활동은 고된 업무, 경쟁으로 얼어붙은 단원들의 관계마저 훈훈하게 바꿔놓고 있다.

창단 후 2년 간 야구단 감독을 역임했던 최창배 대표는 “아무래도 같은 업역에 종사하다보니 대표들 간에 데면데면한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월 2회씩 만나 일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적인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야구를 통해 함께 땀 흘리고,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업무에 대한 고민, 경험도 공유하고 조언도 주고받는 동호회가 됐다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서부야구단은 이러한 끈끈함을 바탕으로 4개 팀의 로테이션 경기로 진행되는 하반기 리그에서 성적도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또 야구에 관심이 많고, 뜻이 맞는 새 단원을 모아 동호회를 확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 단장은 “사람, 소통 등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새 단원들을 모아 동호회를 더 활성화할 생각이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난달 첫 승리를 계기로 팀 실력 향상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를 마친 뒤 집으로 향하던 늦은 오후. 박 단장이 보내온 한 통의 문자에는 ‘16 대 8’이란 경기 스코어가 선명히 찍혀있었다. 서부야구단의 연승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서부야구단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