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수단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다보니 재테크를 전혀 모르는 주변의 어르신들도 젊은이들에게 월세나 전세살이 하지 말고,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하곤 한다.

서울의 중위가격 아파트 가격이 6억3000만원인데,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월급으로만 이 집을 사려면 연봉 절반 이상을 25년 이상 꼬박 저축해야 한다.

반면 투자를 잘 해서 1년에 3000만원씩만 집값이 올라도 10년 이면 3억원을 모을 수 있으니 이런 식이라면 서울의 괜찮은 아파트를 사는데 훨씬 적은 기간이 소요된다.

실제 주변을 보면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은 별로 없지만,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직장인 중에도 주말마다 부동산에 다니면서 얻은 정보로 돈을 번 사람들이 꽤 된다.

이미 10년 전부터 인구절벽, 경제성장 침체 등의 이유로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그렇게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꽤 됐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기자도 8년 전에 결혼을 하면서 마포에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당시 부동산 아줌마가 싸게 나온 집이 있으니 매매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이제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며 거절했는데 지금 2배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을 보면 배가 아프다.

그러다 결국 최근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다. 분양 후 1년이 지나 전매권이 풀렸는데 시세를 보니 분양가보다 7000~8000만원 정도가 올랐다. 가만히 앉아서 수천만을 벌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이게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부도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보유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세금이 많아지게 됐다. 또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장만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으로 정말 부동산 거품이 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집값이 하락하는 건 속이 쓰리지만, 더 많이 오른 지역이 더 많이 내리고, 더 적게 오른 지역이 더 적게 내리면 별로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 국민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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