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 보상문제 놓고 주민-한국해상풍력 '갑론을박'
종합적 조건, 주민 의견 물어 신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 등 대안 부상

순조롭게 진행되던 서남해 해상풍력 조성을 놓고 일부 주민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잠잠해진 것으로 여겨졌던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한국해상풍력 등에 따르면 서남해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 어민 일부는 지난달 말부터 선박을 이용한 해상시위를 벌이고 법원에 공사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공사 저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에는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해안가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조성되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단계 실증단지 조성에만 4600억원이 투자돼 60MW 규모 발전단지와 해상변전소가 구축된다. 하지만 그동안 인허가, 민원, 경제성 등을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다 올해 6월에야 착공했다.

한국해상풍력은 사업 초기부터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외부 용역기관을 통해 피해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바다목장 조성 등을 통해 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주민들은 해상풍력단지로 인해 바다환경이 파괴되고, 인근 어장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변 어장 황폐 vs 문제 없다

최근 해상시위를 진행한 서남해해상풍력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풍력발전단지로 인해 서남해 해역의 가장 중요한 어장이 훼손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봄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고, 풍력발전단지 인근 해역에 통항금지조치가 내려진 것도 모두 풍력발전단지 공사과정에서 나오는 저주파와 진동, 전기충돌파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해상풍력 측은 이 같은 주장이 과장됐다는 의견을 폈다.

한해풍 관계자는 “해상풍력으로 인해 서남해 해역 부근 어장이 모두 끝난다는 주장은 과장된 우려”라며 “실증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위도가 풍력단지와 9km 이격돼 있고, 그 외 지역은 20~30km는 떨어져 있어 해상풍력기로 인한 유속, 조류 등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속, 조류는 기존 30~70cm/s에 비해 발전기 근처에서 최대 2~5cm/s 변하고, 단지를 벗어나면 영향이 없다”며 “침식·퇴적 또한 발전기 주변에만 남쪽으로 최대 연 1.1cm, 북쪽으로 1.7cm/s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페인트와 발전기 유압유 관련 오일이 주변 해역을 오염시킨다는 비대위의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기초구조물에 사용되는 페인트는 에폭시 도장으로 독성물질이 없다”며 “발전기 유압유 등 오일과 회전부 윤활유는 설비마다 집유장치가 완비돼 있어 설비 밖으로 운영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공사 시작 이후 봄 꽃게 등 어획량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부안군에 따르면 올해 3, 4, 5월 꽃게 계통판매량은 각각 5417kg, 2만6379kg, 1만6897kg으로 2016년 3, 4, 5월의 355kg, 1만393kg, 2만596kg에 비해 늘어났다.

한해풍 측은 “해상공사 중 항타는 1기의 터빈 자켓기초 4공을 설치할 때 1공당 1~2시간 정도”라며 “최근 해상변전소 기초구조물 1공당 1시간 항타로 총 4~5일 시행했고, 항타지점에서 최소 20m만 떨어지면 어류에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보상 적절치 않다 vs 절차 진행 중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전원개발촉진법, 토지보상법에 따라 시행되는 어업권 보상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선 공사, 후 보상으로 사실상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는 보상 자체가 없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한해풍 측은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63조에 따르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해당 공익사업시행지구 인근에 있는 어업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시행자는 실제 피해액을 확인할 수 있는 때에 그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따라서 현재 사업지구에는 보상대상어업권이 존재하지 않고, 향후에 피해조사와 감정평가 이후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민들은 최근 서남해 해상풍력 저지를 위해 최근 법원에 시행사인 한국해상풍력과 시공사인 현대스틸산업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해풍 고위 관계자는 “법적공방을 벌이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의 법적 정당성과 환경적 검토가 재확인돼 일부 반대 주민의 명분이 줄어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며 “향후 법원에서 소명자료 제출 등 조치가 나오면 충실히 대응할 예정이며 지역 주민과 대화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계속되는 갈등…해법은 없을까

서남해 해상풍력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을 놓고 지속적인 갈등이 나타나면서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지구 지정’ 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신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량이 높은 곳을 파악함과 동시에 난개발 방지, 주민 수용성 제고 등 여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정부도 최근 국가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 경우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를 시행, 성공사례를 쓰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된 곳에만 발전허가를 내준다. 육상풍력, 해상풍력에 따라 단지용량과 단지이용률 기준도 정했다. 지역 주민의 동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풍력발전지구 지정 신청 단계부터 마을 총회 회의록이나 어촌계 회의록을 제출토록 한 점도 눈에 띈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최근 칼럼을 통해 “제주도의 풍력발전 지구 지정은 입지에 대한 사전 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어 사업자의 투자 불확실성을 낮춰주고, 단지용량·이용률 기준으로 소규모 우후죽순 격의 풍력단지 난개발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기존 방식 대신 신재생 잠재량, 환경성, 전력계통연계 등을 종합해 재생가능에너지 입지에 대한 예비후보지로 선정한 뒤,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호응도가 높은 지역을 공모받아 (가칭)재생가능에너지개발지구 결정 한 후, 경쟁 입찰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주는 방식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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