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금융, 세제, 청약제도,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을 대거 쏟아냈다. 주택 투기수요를 향해 날린 강력한 ‘핵 펀치’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집을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강화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게 골자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튿날인 3일, “최소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대해 확고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시간을 갖고 있다”며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불을 끌 때’라고도 했다.

정책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정부의 목표와는 따로 움직였다.

집값을 잡으려 하면 할수록 거꾸로 오르기 일쑤였고, 반대로 시장을 부양하려고 하면 침체의 골은 깊어갔다. 역대 정부들도 엇박자로 노는 부동산 시장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았다.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정권 첫해에 하나같이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폈다. 하지만 정작 집값은 거꾸로 하락했다. 집값이 전례없이 꾸준히(?) 상승했던 시기는 뉴타운 열풍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때였다.

참여 정부는 무려 17번이나 (대부분 수요를 억누르는)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그때마다 가격 폭등으로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마치 정부를 비웃는 듯했다.

물론 참여정부 말기에는 시장이 다소 안정화됐고 이 때 만들어놓은 부동산 규제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나라가 겪은 부동산 폭락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10여년 만에 나온 이번 고강도 대책이 실제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이냐에 쏠린다.

당분간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킬 것이란 예상이 있는 반면 공급 대책이 빠져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엔 보유세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쨌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는 팽팽할 것이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법은 없다. 왜냐하면 그런 해법이 존재한다면 이미 누군가가 시행했을 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투기세력과의 전쟁, 결국은 인내심과 일관성, 집요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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