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뜨거운 열정 하나면 충분해!

‘욜로(YOLO)’가 대세다. 전력에너지 분야에도 한 번뿐인 삶을 마음껏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본지는 각양각색의 끼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를 찾아가 이 시대의 진정한 욜로족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타자는 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 사내 동호회인‘스팀밴드’다.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가수 캔의 히트곡 ‘내생에 봄날은’의 익숙한 첫 마디가 흐르고 경쾌한 드럼비트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유명 가수의 공연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에서 열린 사내 밴드 동호회 스팀밴드의 공연이다.

이날 공연에서 드럼을 맡은 이윤덕 서울건설본부장은 스팀밴드에 들어가 드럼스틱을 잡은 지 2개월 만에 박력 넘치는 연주를 멋들어지게 해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습실에서 드럼연습에 매진한 결과다. 이 본부장의 노력을 아는 직원들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스팀밴드의 특징은 악기를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초심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밴드가 연주에 능숙한 실력자를 선호하지만 스팀밴드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스팀밴드 연습실 문을 두드리는 직원 대부분이 악기를 처음 잡아보는 초보 연주자였다.

스팀밴드는 초심자로 들어와 번듯한 연주자로 재탄생하는 곳이다. 정학희 건축부 부장과 서경원 기계부 차장도 처음 연습실을 찾았을 때는 이 본부장처럼 드럼스틱을 잡는 법도 몰랐지만 지금은 남다른 열정과 꾸준한 연습으로 스팀밴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대표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밴드이름인 ‘스팀밴드’는 서울건설본부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뜨거운 증기를 상징한다. 사실 스팀밴드의 전신은 ‘스팀 드러머(Steam Drumer)’로 드럼연주 동호회였다. 2006년 밴드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밴드활동을 시작했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동호회로 자리잡았다. 스팀밴드는 회장인 한필수 계전부 부장을 필두로 서경원 기계부 차장(드럼), 김성오 공사관리부 차장(기타), 김세진 경영기획부 차장(베이스), 김민지 토목팀 대리(보컬) 등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스팀밴드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마다 사내 연습실에서 정기연습을 한다. 덕분에 퇴근 후 개인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녁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가장들에게 최적의 밴드다. 스팀밴드 멤버들은 “점심시간 연습은 사내 동호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며 “업무 중간에 밴드활동을 통해 재충전을 할 수 있어 업무능률도 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스팀밴드 멤버들은 잊지 못할 순간으로 지난해 7월 사내에서 열린 ‘한여름 꿈 열린음악회’를 꼽았다. 이날 스팀밴드는 자우림의 ‘매직 카페 라이드’와 아이유의 ‘있잖아’, 캔의 ‘내생에 봄날은’ 등 3~4곡을 공연하며 업무 중에는 볼 수 없던 끼를 유감없이 발산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회사에선 보지 못한 이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홍대 클럽에서 외부 밴드와의 정기 크리스마스 합동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행사다.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정기공연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서울건설본부를 알리고 있다. 지역 주민들 중 주변에 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밴드공연은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근무지 이동이 잦은 발전사의 특성상 ‘장수밴드’의 명맥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서울건설본부는 수도권에 위치하다보니 일정 시기가 되면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 멤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현재 활동하는 멤버 중 원년멤버가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키보드를 맡은 박성민 사원이 최근 서천건설본부로 발령이 나면서 키보드도 공석이다. 스팀밴드 멤버들은 벌써부터 키보드 없는 연말공연을 걱정하고 있지만, 새로운 멤버가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도 품고 있다.

김민지 토목팀 대리는 “사내 밴드는 평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로 구성돼 합이 잘 맞는 강점이 있고, 밴드활동을 통해 형성된 유대감은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며 “사내 동호회는 일과 취미 등 양측 모두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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