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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산업연구원)자율주행전기차의 미래
글 박정훈 포스코ICT 시니어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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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 5년 전만 하더라도, “내 평생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 를 타고 다니는 일은 없을 것” 이라 장담하는 중년의 공학박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삶속에서 자율주행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쯤의 아직 머나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이런 예상과 달리, 그것도 불과 몇 년 사이 자율주행차는 가장 핫한 트렌드가 되었다. 구글 트렌즈에서 자율주행차라는 키워드는 2016년 본격적으로 모멘텀을 얻기 시작해 올해 어느새 정점을 찍었다. 이제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앞다퉈 빠르게 레벨업 되는 자율주행차를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현재와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하려면 우선 자율주행차의 개념부터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꽤 오래전부터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들은 존재했다. 비록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뗄 순 없어도 자동차가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를 제어하는 시스템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또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종종 자율주행을 마케팅 용어로 사용한다. 운전보조시스템 (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을 ‘자율주행시스템’ 이라 부르는 식이다. 다양한 자율주행시스템을 구분하여 정의하려면, 운전에 대한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ADAS에서는 운전에 대한 최종 책임이 인간 운전자 (human driver)에게 있다. 반면에, 고등자율주행 (high automation) 혹은 완전자율주행 (full automa tion) 에서는 인공지능이 최종 책임을 진다. 완전자율주행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다. 미국자동차공학회 (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는 아래의 표와 같이, 운전주체, 운전환경 모니터링, 비상상황에서의 최종책임, 자율주행 지원 정도에 따라 자율주행 등급을 0에서 5등급으로 구분한다.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다루는 이 글에서는 SAE가 정한 Level 5 완전자율주행을 자율주행으로 정의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

자율주행차가 보편적으로 보급되는 미래가 도래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자율주행차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다양한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주요 장점을 중심으로 그 파급효과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율주행차에 관하여 가장 널리 알려진 장점은 뛰어난 안전성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려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해지고 자율주행이 보편화 된다면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피해가 99%이상 감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교통사고의 위험이 급감함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보험료 또한 크게 인하되거나 아예 보험가입의무가 면제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차에게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의 제한속도보다 높은 제한속도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이 누적되어 사람이 운전하는 차의 고속도로 통행이 금지된다는 전망은 이미 많이 인용된 바 있다.
자율주행차는 차량-차량 간 통신 (V2V, vehicle to vehicle) 기술을 활용하여 주행 중 전후 차간 거리를 한 뼘이 채 안되게 유지한 채로 달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고속군집주행이 가능함에 따라, 같은 도로 면적에서 운행 가능한 차량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또한 자율주행차는 차량-인프라 간 통신 (V2I, vehicle to infrastructure)과 차량관제시스템 (FMS, fleet management system) 을 통해 교통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특정 도로의 차량 통행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도심과 고속도로의 체증은 예방되거나 능동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군집자율주행은 연료비를 크게 낮추는 효과도 있다. 공기저항이 최소화되면서 군집고속주행 시 30% 수준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자동차용 도로를 단순히 더 짓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주차와 주차장은 완전히 새롭게 정의된다. 지가가 높은 도심의 경우, 사람이 똑바로 서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천장에, 조명, 냉난방, 환기시설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전용 주차장에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주차가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옆 차와 수 mm 정도의 간격의 촘촘한 주차도 가능하다. 차량 한 대를 주차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 공간이 감소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주차장이란 더 이상 차주가 다른 일을 보고 돌아오는 동안 계속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주차장에 머무르다 언제든지 다른 고객을 수송하기 위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자율주행차의 운행율을 크게 높이게 된다. 현재의 승용차들은 달리는 시간보다 주차되어 있는 시간이 월등히 높다. 3%가 조금 넘는 현재의 운행율이 40% 내외로 높아진다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승용차의 수량은 현재의 1/10로 줄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등록자동차 수량은 물론 실제 운행하는 자동차의 수량도 급감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심 신축건물에 일정 수준 이상의 주차장 면적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강제하는 현행 건축법은 재고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대부분 운송서비스기업의 소유로 운행될 가능성이 높다. 운송서비스사업자는 자율주행차를 활용하여 모빌리티 서비스 (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의 보급은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보다 경제적인 가격으로 모빌리티 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이상 고가의 차를 할부로 구매할 필요도, 보험을 가입할 필요도, 주차장을 확보할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 네트워크 선점효과가 중요한 MaaS 산업 특성상, MaaS 사업자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여 시장선점경쟁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MaaS 소비자는 현재의 광역버스요금 정도를 지불하고 자기 소유의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 이상의 편리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찾아 시동을 걸 필요조차 없이, 자기 집 현관에 이미 도착해 있는 자율주행차에 승차하여 목적지 현관에서 내리는 식이다. 위치기반서비스 (location based service), 실내위치추적 (indoor positioning),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예측분석 (predictive analytics) 등이 결합된다면 쇼핑을 마치고 백화점 현관으로 걸어 나와 대기 중인 자율주행차를 타고 특별한 수고도 들이지 않으며 시간의 지체도 없이 귀가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자율주행차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의 편리함과 경제성은 개인 소유의 승용차를 유지할 유인을 제거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자동차 소유자들은 불편함과 높은 비용 때문에 타지 않는 자신의 차 를 차마 폐차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딱한 처지에 놓일 지도 모른다. 미국의 연구기관 RetinkX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7년 경에는 이용되지 못하는 자가용승용차 대수가 이용되는 승용차 대수를 압도하기 시작할 것이라 예측했다. 항공,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광역교통이용률도 더불어 증가할 것이다. 출발지 - 자율주행차 - 광역교통 - 자율주행차 - 도착지 조합이 이동시간을 고려할 때 먼 거리 이동에 가장 빠르고 편리한 옵션이 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율주행내연차 (AICE, autonomous internal combustion engine)가 아닌 자율주행전기차 (AEV, autonomous electrical vehicle) 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차는 왜 전기차여야만 할까? 관제시스템, 에너지비용, 자동차등록비, 세금, 보험료, 수리비, 금융비, 감가상각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자율주행전기차(AEV) 유지비가 자율주행내연차(AICE) 유지비의 약 1/3 수준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전기차(AEV)는 많은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며 낮은 서비스 가격을 경쟁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 MaaS 사업자에게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의 미래 승자는 테슬라일까, 구글일까?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은 완성차 업계와 ICT 업계로 완전히 양분된다. 완성차 제조사는 예외 없이 SAE 자율등급을 점진적으로 올려가려는 경로를 택했다. 자신들이 차량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축한 거대한 가치사슬과 브랜드로 대표되는 제품차별성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율주행기능이 포함된 승용차에 핸들과 브레이크를 갖추고 사람이 언제라도 운전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 차량 가격은 높게 유지되고, 가능한 기간동안, 완성차 제조사의 이익도 높게 유지될 것이다.
반면, 구글과 애플로 대표되는 ICT 강자들은 완전자율주행차로 바로 이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의 가치사슬은 데이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그리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율주행차에는 사람이 조작할 수 있는 핸들도, 브레이크 페달도 없다. 이런 유형의 자율주행차를 NSNB (no steering wheel, no break)로 부른다. 조향, 가감속, 정지 모두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것이다.
이 두 업계의 우열과 앞으로의 판도는 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전철역이나 다른 광역교통터미널까지의 단거리 운송(LMD, last mile drive) 자율주행차의 경우 두 업계의 판도를 어느 정도는 전망해볼 수 있다. LMD 자율주행차의 경우 대개 60km 미만의 저속으로 비교적 짧은 거리를 셔틀주행하게 된다. 인간 운전자를 위한 중복 (redundancy)을 제거한 차체, 센서 가격의 빠른 하락 등을 고려한다면 테슬라 진영의 고가 세단 보다 구글 진영의 LMD NSNB가 보다 더 우세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ICT업체의 선두 주자인 구글과 애플은 2020년 완전자율주행(5레벨)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비해 완성차업계는 BMW와 벤츠와 같은 선두 주자를 포함 아직 3레벨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차는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신체적 조건이 운전의 제약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졌거나, 술을 마신 사람, 거듭된 야근 끝에 심한 졸음에 빠진 사람도 이제 자율주행차에 승차하여 각자의 상태를 유지하며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2016년 모건 스탠리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2025년에는 세계주류업계가 100조원 ($98bn) 이 넘는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교통질서를 유지하고 음주단속에 투입되던 교통경찰관들은 이제 다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자율주행차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실증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올해 말부터, 영국에서 도입되는 SAE Level 5 LMD 자율주행차가 울릉도에서 운행될 예정이다. 영국은 이미 한 해 7,500만명이 이용하는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에서 자율주행차 울트라포드를 300만km 이상 운행해 본 경험이 있고, 영국 런던 그리니치에서 자율주행차 해리를 1년 이상 무사고 운행 실증 중이다. 경상북도는 영국에서 자율주행차를 도입하여 자율주행차 운행 노하우를 축적,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자율주행차 한영 공동개발 과제를 추진하여 자율주행차 제조업까지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울릉도는 산업통상부와 경상북도가 디젤발전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친환경에너지자립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써 이번에 자율주행차의 첫 실증무대로 선정되었다.

완전자율주행차의 개발 및 실증문제는 시간문제로 가까운 미래에 ‘승용차 소유’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급격히 대체될 것이다. 미흡해 보이고, 비용도 높아서 의구심을 자아내는 솔루션은 기존의 주류 솔루션을 몰아내고 있고 어느새 시장의 주인공이 되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시대가 도래하는 교통 분야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하고, 가장 깊고, 가장 파급력이 큰 변혁이 곧 다가올 것이다.
작성 : 2017년 08월 02일(수) 14:01
게시 : 2017년 08월 02일(수) 14:05


한국전기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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