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조명 디자인 ‘여백의 미’ 살린 경관조명 ‘주목’
철도역사부터 평창 올림픽까지 주요 공사 이름 올려

“단 한 번도 제가 하는 일을 사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느끼는 빛에 대한 희망과 책임감 덕분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거죠. 사업의 성공보다 디엔씨디자인의 고민과 정성을 담아 고객들에게 빛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역할을 하자는게 제 지론입니다.”

디엔씨디자인(대표 김강운・사진)은 서울 도심 구석구석을 디테일한 감성 조명으로 가득채운 라이트 메이크업 아티스트(Light makeup artist) 집단이다. 한국적인 조명 디자인을 선보이자는 목표 아래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경관 조명으로 주목받는 업체이기도 하다.

디엔씨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김강운 대표는 1996년 조명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빛을 이용해 예술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해 온 전문가다.

2000년대 초 경부선과 호남선의 철도역사 조명디자인 마스터플랜부터 명동성당, 서울역사복원사업, 2014 인천아시안게임 계양·남동경기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등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하며 디엔씨디자인의 이름을 알렸다.

디엔씨디자인의 철학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건물을 꼽자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신사옥을 빼놓을 수 없다. 디엔씨디자인은 경관조명과 미디어파사드를 이용해 이곳을 도심 속 예술 공간으로 만드는데 집중했다. 신사옥 디자인 초기부터 LED보드가 갖고 있는 상업적 요소와 무거운 느낌을 배제하기 위해 다양한 LED조명 기구를 검토했다.

건물 정면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상징하는 부드러운 곡선을 살리면서 은은한 빛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뒷면은 서울시립문화예술관과 덕수궁, 시청에서도 미디어파사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 부분을 강조했다. 기업의 정체성은 부각시키고, 한 발 더 나아가 시민들과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명을 설계하는데 주력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신사옥은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도심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 시민들과 공유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갤러리라는 개념을 접목시켰죠. 모티브는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비롯됐습니다. 냉소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심을 예술적 개념과 미디어라는 장르를 합해 재구성하겠다는 목표였죠. 지금은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로부터도 고즈넉한 서울의 분위기와 조명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정도로 호응이 좋습니다.”

디엔씨디자인은 화려한 빛보다 빛의 절제를 통해 건축물과 경관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선 디자인은 설계한 의도대로 조명기구를 배치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시공과 설계가 분리돼 있는 국내 건설업 특성상 설계자의 계획대로 모든 부분을 실행해갈 수 없지만, 적어도 의도를 왜곡하는 설계 변경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약사에게라는 말처럼 건설 현장에서도 조명 디자이너의 철학과 의도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국내 조명디자인 분야의 역사가 짧은 만큼 앞으로도 디엔씨디자인 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