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미 플랫폼 정착, 한국 보안·표준 신경써야”

“독일에선 ‘4차산업혁명’을 위한 플랫폼을 이미 구축했습니다. 지금은 그 다음 단계를 주시하고 있고요. 단순히 경제뿐 아니라, 정치, 학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4차산업혁명을 추진한 덕분이죠. 한국도 사회 전체가 이를 받아들이고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4차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은 한국이 참고해야 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국이 닮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독일은 한 발 앞서 나가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성공비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독일의 자동화 선도 기업 피닉스 컨택트에서 인더스트리 4.0 솔루션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프랑크 나플라 스페셜 마스터는 “독일도 인더스트리 4.0 플랫폼 도입이 쉽지 않았다”며 “개별적인 기업의 성장이나 기술 개발이 아닌 협력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독일에선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모든 기업들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형성하는 부분이고, 각자의 역할이 커다란 밸류체인을 완성한다. 누군가 혼자 치고 나간다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해 공정을 고도화시키고,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들어야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 바 융합의 시작이다. 그러기 위해선 왜 협력이 필요한지 이해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자생존, 자력갱생이 지배하는 한국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일까. 프랑크는 “독일에서도 쉽지 않았다. 정치 세력, 기업, 학자 등 누군가 이를 리드하기 보다는 각자가 맡은 일을 하되 함께 고민하며 이 문제를 풀었다. 정계는 기반을 조성하고, 학계는 기술개발, 기업은 이를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5일 본지가 개최한 전기산업 미래포럼 ‘왜 4차산업혁명인가?’에 참석해 한국의 상황을 본 결과 표준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중요하게 받아 들이는 반면 한국에선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준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상호 호환이 되지 않아 특정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의 경우 표준 기반 통신 프로토콜을 채택해야만 AMI, 전기차, ESS, DR 등을 서로 연동할 수 있다.

“모든 기기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지능화된 시스템이 마련되면 에너지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죠. 발전소와 소비자가 연결되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분산발전과 기존의 송·배전망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고요.”

다만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만큼 보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데이터 보안이 아주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기업들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만큼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크는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을 갖추면서 동시에 보안을 강화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하지만 해커들이 이를 악용할 경우 전력계통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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