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교수

우리는 지난 2013년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일명 ‘밀양 송전탑 사건’은 위키백과에도 정식으로 등재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2014년 6월 행정대집행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우리는 분산형 전원의 확대라는 중요한 교훈 및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민관 합동 작업을 통해 탄생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년 1월)은 5%에 불과한 분산전원의 발전량 비중을 2035년까지 1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2015년 7월에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규모 발전설비와 적정규모의 수요지 발전설비를 분산전원으로 정의하면서 분산전원의 적용 범위를 구체화했다. 특히 수요지에 대한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수요지를 산업단지, 열공급이 가능한 수준의 도심지, 기타 자가용발전이 가능한 지역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집단에너지, 자가발전의 보급 확대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총발전량의 12.5%를 분산전원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렇게 분산전원을 확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충분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분산전원은 송전망 건설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송전망 건설비용 및 운영비용이 줄어드는 편익을 가져온다. 한국전기연구원(2014)에서는 송전망 건설비용 회피편익을 11.74(원/kWh)으로 산정한 바 있다. 송전망을 운영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의 절감분까지 고려한다면 분산전원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둘째, 분산전원을 이용하면 송전망을 통한 전력 손실분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2015년 한 해만 하더라도 송전과정에서 손실된 전기의 양은 7954GWh로 신고리 1호기 원전의 연간 발전량(7953GWh)과 맞먹는다. 이를 한전의 전력구입단가 84.65원/kWh으로 환산하면 6732억원에 해당한다.

셋째, 분산전원을 이용하면 송전 혼잡비용 회피편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북상조류와 관련된 혼잡비용은 송전선로 수송한계에 따른 지방발전기와 수도권 발전기의 비용 차이에 의해 발생되는데 한국전기학회에 출판된 한 논문(2014)에 따르면 최소 16원/kWh으로 산정되었다.

넷째, 분산전원의 경우 송전망 건설이 불필요하므로 송전망 주변지역의 경관 훼손, 생활 불편, 사회적 갈등과 같은 송전망 피해를 회피하는 편익이 발생한다. 에너지정책 분야의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 2017)에 출판된 한 논문에 따르면, 분산전원인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송전망 피해 회피편익은 우리나라의 경우 55.3원/kWh로 추정됐다.

이렇게 분산전원은 많은 편익을 제공하기에 에너지 관련 상위계획에서 분산전원의 확대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역난방 공급을 통해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면서 땅값이 비싼 도심지에 입지하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수요지 내부에 위치하여 해당지역의 전력수요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분산전원이다. 하지만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전력거래시장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발전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으며 용량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분산전원을 확대한다면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이 확대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특히 열과 전기 동시 생산에 따른 에너지 효율 향상,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감축 등을 고려할 때, 주민 수용성 및 충분한 열수요만 담보된다면 용량을 최대한 크게 건설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송전선로의 추가 건설이 필요 없고 계통접속이 가능한 범위 이내라면 열병합발전의 용량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한국전력거래소(2014)의 ‘분산형 집단에너지 전원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서도 154kV 송전망 기준 약 500MW에서 최대 1000MW 수준으로 분산전원의 용량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분산전원의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분산전원의 확대를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추구해야 한다. 분산전원은 원거리 발전원에 비해 표면적인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지만 외부비용을 고려하면 원거리 발전원의 사회적 비용이 분산전원의 사회적 비용을 상회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 최소화란 관점에서 분산전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전력정책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