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예측서 발전단가 현행 기준으로 적용
현대경제연, "8차 전력수요전망, 신재생발전단가 고려하면 연 6만원 인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름아닌 전기요금 문제다. 정부가 8차전력수급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 요금체계를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대신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날 경우 전기요금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탈석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되는 에너지정책이 추진될 경우 전기요금 변화 예측치가 모두 다른 현상이다.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예상은 적게는 연간 3만원 선에서 많게는 31만원까지 다양했다. 10배가 넘는 차이다. 계산할 때 가져다 쓴 가정이나 수치,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 에너지믹스를 원전 12.9%, 석탄화력 17%, LNG 56.4%로 가정하고 2016년 원별 정산단가(원자력 67.9원/kWh, 석탄 73.9원/kWh, 가스 99.4원/kWh, 신재생 186.7원/kWh)를 기준으로 발전비용은 2016년 실적치 대비 약 21%(약 11조6000억원), 7차전력수급계획의 2029년 대비 약 20%(약 10조9000억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정용, 산업용 등 종별 전기요금 구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가장 먼저 발표된 전망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예측치가 과도하게 산정됐다는 의견이다. 원전과 석탄 중심 사고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6년 재생에너지 단가를 2029년까지 동일하게 적용했다”며 “지속 감소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도 반영하지 않았고, 원전과 석탄에 추가비용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또 “8차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 발표로 과다예측된 것으로 판명된 7차전력수급계획의 전력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도 “그동안 전기요금 예측은 과다책정돼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과소책정돼 있는 원전, 석탄화력의 환경비용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이뤄져 왔다”며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외에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고 집단에너지의 활용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전기요금폭탄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켜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오는 2022년부터 가동예정인 석탄, LNG,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균등화발전단가(LCOE)를 비교한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의 LCOE가 52.2$/MWh로 가장 낮았다. 56.5$/MWh를 기록한 LNG와 66.8$/MWh의 태양광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여겨진 원자력의 LCOE는 99.1$/MWh, 석탄은 140$/MWh에 달했다.

권 연구원은 “LCOE는 발전소 설계, 건설, 운영, 폐지까지 전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미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나 원전 폐로 비용이 우리나라가 책정한 비용보다 4~5배 높아 전체 균등화발전 단가가 높다”며 “우리나라도 2020년~20205년 사이 신재생에너지의 LCOE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국민들이 탈원전, 탈석탄 중심 에너지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실현되면 불편을 감수하며 전기를 절약했던 과거로 회귀할 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국민도 있다.

유정훈(서울 마포구)씨는 “친환경도 좋지만 전기요금도 오르고 지금처럼 에어컨도 시원하게 못 튼다고 하니 탈원전에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사무실에서 땀이 날 정도의 날씨에도 냉방을 하지 못했던 과거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7차 계획때보다 전력수요가 약 10% 감소한다는 8차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과 상대적으로 과중하게 부과되는 LNG 연료 세금,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야간에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산업용 경부하요금제의 개선 등을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 예상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까지 상승하고, LNG 발전소 가동률이 60%에 이를 경우 가정용 전기요금은 연간 약 6만2000원(월 5164원)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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