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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객석) 에너지전환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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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잠시 바쁜 국내 일정을 접고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에너지 전환 세미나에 참석 중이다. 매년 참여해온 세미나이기도 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독일에서 쟁점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소 80%, 최대 95%까지 감축하겠다는 장기 목표와 연계하여 에너지 정책 전환을 추진 중이다. 2050년까지 전력과 열의 대부분을, 수송에너지도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이행되고 있다. 1998년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이 출범하면서 다수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탈원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시작했고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에너지 전환 정책은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전력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열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이보다 더 낮고 수송부문은 5%에 불과하다. 발전부문은 에너지 전환이 순조롭지만 수송과 열에너지 분야의 지체가 독일의 일차적인 고민거리이다.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히 폐쇄하고 2050년까지 전력의 거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도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2000년 6%에서 2015년 30% 넘게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갈 갈이 멀다. 독일은 풍력용량이 50GW에 이르고 태양광 용량도 40GW를 넘겼다. 2만 8천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중이고 150만개의 크고 작은 태양광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더 많은 설비의 보급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을 포함하여 100GW가 넘는 풍력용량, 200GW가 넘는 태양광용량이 필요하다. 어떻게 더 많은 풍력발전기와 태양광을 보급할 것인가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독일의 풍력단지는 바람이 좋은 북부지역 평지에 흔하다. 북부지역 농경지에 빠짐없이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독일은 한국에 비해 풍력발전 여건이 좋지만 신규 입지 확보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에선 낡은 터빈을 용량이 큰 풍력터빈으로 교체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규제를 보완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육안으로 봐선 큰 차이가 없지만 단위 용량이 7.5MW에 달하는, 기존 터빈에 비해 용량이 5배가 넘게 큰 육상 풍력터빈이 곳곳에 설치되어 가동 중이다. 최근 정책 변화에 따라서 독일의 태양광 보급이 주춤하는 상황이지만 태양광을 몇 배 더 확대하지 않고는 재생에너지 전환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태양광은 응용성이 뛰어나고 경제성도 개선되어 더 많은 지붕과 유휴지에 설치될 것이다. 아직도 독일 건물의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깔리지 않은 건물이 훨씬 더 많다. 건물의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붕자재와 조화를 이루는 소재 및 시공방식 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 전환에 커다란 도전이었지만 상황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2017년 독일에서 풍력발전의 입찰가격은 kWh당 6센트 미만(약 80원)에, MW급 태양광 입찰가격은 kWh당 7센트 미만(약 90원)에 형성되었다. 태양광과 풍력이 더 많이 늘어난다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시점은 이미 지난 셈이다.
간헐성, 변동성이 있는 태양광과 풍력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오래 전부터 대비하고 있는 과제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지열, 폐기물 등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차지하게 된다. 이런 에너지원으로 전력, 수송, 열 등 최종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 변환 경로와 기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전력저장장치로 배터리와 수전해를 통한 수소저장이, 전력을 열로 변환하는 장치로 히트펌프와 전기보일러가, 전력을 수송으로 대체하거나 저장하는 방식으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활발히 연구되고 보급되는 중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은 낡은 시스템에는 위협 요인이지만 미래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독일에서 에너지 전환은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변환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설비 보급과 인프라 구축은 비용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을 육성하는 투자로 간주되고 있다.
작성 : 2017년 07월 20일(목) 08:58
게시 : 2017년 07월 21일(금) 09:23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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