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드는 발바닥, 건강해지는 발걸음

서울에서 버스를 달려 두 시간. 대전 교외 주택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입구에 도착했다.

비소식이 있다는 날씨 예보에도 등산객들이 적지 않았다. 간단히 몸을 풀고 완만한 등산로를 걷기 시작했다.

숲길 한쪽에 일반 등산로와 나란히 조성된 붉은 황톳길이 눈에 들어온다. 전날 얕은 비가 내린 탓에 질척이는 부분과 단단한 부분이 섞여 있다.

땀을 식혀주는 반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본다.

무거운 등산화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등산로를 걷는 사람들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맨발로 걸어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황토를 맨발로 밟으니까 기분 좋네.”

한 등산객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신이 난 표정이다. 양말과 신발에 꽁꽁 감싸져 있던 발이 자연을 만나 빛을 보는 날이다.

질척이는 황토는 미끄러워 조심히 걸어야 했다. 한걸음 한걸음 집중하며 걷다보니 걸을수록 기분이 상쾌해진다. 어기적어기적 걷는 옆 사람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황톳길의 총 길이는 14.5km. 곳곳에 세족장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일반 등산화로 갈아 신고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니 짙은 초록빛으로 물든 산부터 대전 시내 전경까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다채롭다.

삼거리에 도착해 메고 온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바지며 등산화는 황토 범벅이지만 마음만은 즐겁다.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유유자적 옆을 지나쳐갔다. 계족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 길은 황톳길도 유명하지만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직접 걸어보니 사계절 내내 등산객과 자전거 이용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계족산은 429m의 완만한 산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내려오는 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족산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주말 오후면 숲속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음악회가 열린다. 아쉽게도 비가 오는 날에는 숲속음악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매년 5월 개최되는 맨발축제도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참여가 많다. 올해도 5만여명이 참가하는 등 호응이 좋았다.

날씨와 여건 상 대전팔경 중 하나인 계족산성의 노을을 보지 못한 채 돌아서려니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오늘만 날은 아니다.

땅만 보며 숨차게 오를 필요가 없고 발바닥을 감싸는 부드러운 황토가 평소와 다른 ‘걸음’을 선사하는 곳. 맨발의 자유가 있는 계족산 황톳길을 또 찾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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