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이슈에만 매몰돼 운전 중인 발전소 안전관리 등 소홀 우려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에너지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12일 국회 박재호 의원실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탈원전이 핵심적인 논란이 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등에 관한 사항은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탈핵을 추진해도 원전은 계속 존재해 현재 운전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지난 6월 19일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원전 1호기를 비롯해 당장 2029년까지 원전 11기의 수명이 완료되는데도 원자력계는 오로지 진흥과 수명연장에만 관심을 가졌지 폐로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며 “현재 임시저장조에 있는 고준위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국내 가동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잠재적 요소”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수원 측이 기술적으로 국내 원전의 안전에 큰 위협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한수원은 1970년대 4개의 원전 부지를 정하면서 지진단층 조사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활성단층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1개 부지에 1~2개 발전소만 위치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6개호기 이상 몰려 있고, 발전소 주변 반경 30km 이내에도 380만명이나 거주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행사를 주최한 박재호 의원을 비롯해 이관섭 한수원 사장, 김익중 동국대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이종호 한수원 기술본부장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우원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 원전 안전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최근 탈원전을 급진적인 파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세력이 있는데 탈원전 논의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돼 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4당이 원전 축소 정책을 합의한 바 있는 만큼 에너지전환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원전산업이 그동안 국가 발전에 기여해 온 점은 인정하지만,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이제 에너지전환이 꼭 필요하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등을 놓고 엄청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들어갈 것을 고려해도 탈원전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 역시 “원자력 안전문제는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원자력계는 그동안 원자력안전은 전문가들이 하면 된다는 접근방식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은 ‘자료 좀 봅시다’. ‘결론이 나오게 된 과정을 알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 사업 당사자로서 매우 안타깝다”며 “국민들에게 원전의 안전에 대한 신뢰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앞으로 한수원은 안정적인 원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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