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최초 전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아름다움과 순수함이다.”

-M. C. Escher-

20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의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7일부터 10월 15일까지 <그림의 마술사: 에셔특별전>을 연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열리는 에셔의 전시회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셔는 판화가이자 드로잉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철저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세밀한 선을 사용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의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해낸 초현실주의 작가로 유명하다.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가진 에셔는 회화, 판화, 디자인, 일러스트, 수학, 건축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에서 열린 에셔 전시회에는 최다 관람객이 몰려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반복과 순환, 변형, 무한한 공간, 이율배반, 삼차원 환영의 파괴 등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130여점이 공개된다.

에셔는 1898년 네덜란드에서 토목 기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에셔는 1919년에 하를렘 건축 장식 학교에 입학해 건축을 잠시 배웠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 아트에 전념한다. 1922년 학교를 떠나 그림 그리기와 목판 제작을 배우기 시작한 에셔의 초창기 작품은 대부분 풍경화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자연 풍경을 실재 불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해서 그리곤 했다.

에셔의 독창적 예술세계가 잉태된 시기는 1922년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면서부터였다. 14세기의 이슬람 궁전인 알함브라 궁전에서 에셔는 무어인들이 만든 아라베스크의 평면 분할 양식, 기하학적인 패턴에서 일생에 영향을 미친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1936년, 그는 다시 한 번 알함브라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 독특한 기하학적 문양을 그림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새와 사자 같은 동물들을 중첩된 문양으로 표현해냈다. 이 무렵부터 에셔 만의 패턴 반복, 공간의 환영을 표현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치밀한 과학적 조작이라는 이성적 구조에 기초하여 초현실을 다루는 에셔의 예술 세계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표현이 특징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낯선 세계에 대한 묘한 불안감을 일으킨다. 평면의 규칙적인 분할, 무한한 공간, 공간 속의 원과 회전체, 거울 이미지, 평면과 공간의 상극, 불가사의한 형체 등은 그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서 그의 작품에 핵심을 이루게 된다.

또한 에셔는 수학적 변환을 이용하여 새, 물고기, 도마뱀, 개, 나비, 사람 등 창조적인 형태의 ‘테셀레이션’(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전하게 덮는 것) 및 환영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미지를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꾸는 방법과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림의 전경을 배경으로 또는 배경을 전경으로 지각하도록 명도대비를 바꾸는 방법, ‘펜로즈 삼각형’을 이용하거나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하는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시지각과 착각,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에셔가 남긴 작품은 세밀한 선으로 이루어진 판화 448점과 2000여점의 스케치 작품이 있다.

에셔의 작품은 20세기 이후 가장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평단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예술의 고전적인 범주를 뛰어넘은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예술가보다 수학자와 과학자에게 더 큰 관심을 받았던 에셔의 예술은 세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수많은 예술가, 건축가, 수학자, 음악가 및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에셔의 작품은 현재 초중고 교과서에도 언급되고 있다.

이번 〈그림의 마술사: 에셔특별전〉은 평일에는 2시, 4시에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할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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