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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퉁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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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숙(아시안프렌즈 이사장)
전통 관악기의 주재료는 대나무다. 삼죽(三竹)인 대금·중금·소금부터 피리, 퉁소, 단소 등의 악기들이 모두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소리를 얻는다. 대나무가 지니는 굽힐 줄 모르는 성정을 닮아서 대나무 악기의 소리는 끊어질듯 이어지면서 다양한 음색을 나타낸다. 단소는 비교적 맑고 깨끗한 음색을, 피리는 밝은 소리, 어두운 소리, 부드러운 소리, 씩씩한 소리 등 다양한 음색을 뽐낸다. 대금은 유연하면서도 장쾌한 음색을 지녀 강한 호소력과 흥을 가졌고, 소금은 높은 음역의 소리를 지녔다. 퉁소는 때로는 가녀리게 흐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거칠게 호통하며 쩌렁쩌렁한 소리를 내면서 자연과 소통하는 소리를 낸다.
어렸을 때 시골 사랑방에서 퉁소소리를 자주 들었다. 작은 아버지께서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식사 뒤 어둠이 깔린 사랑방에 드러누워 퉁소를 부시곤 했다. 퉁소 소리가 여물 먹는 소의 워낭소리와 어울려 어쩌면 그렇게도 구성지게 들렸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남편은 십몇 년 전 국악예술원 전통공연예술학교 대중반에서 대금과 소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퉁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금을 배우러 오며가며 가끔 들르던 국악예술원 상점에서 퉁소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인연을 맺고 놀란 것은 퉁소가락이었다고 한다. 대금이나 소금, 퉁소, 단소 등 전통 관악기 하면, 으레 구슬프고 애절한 소리를 연상하게 된다. ‘전설따라 삼천리’의 귀곡산장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음악 따위 때문이리라. 그래서 청승맞다느니 하며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퉁소가락은 그런 선입견과 아주 딴판이었다. 오히려 흥겹고 신나고 선동적이며, 서양음악의 행진곡처럼 역동적인 감흥을 준다. 새삼 느낀 것은 퉁소가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승화시켜주는 소통과 화합, 축제의 생활문화라는 사실이었다. 퉁소가 주도하는 북청사자놀음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퉁소의 가락과 생활문화가 지니는 역동성과 생명력 때문에 오히려 퉁소가 쇠락하게 됐다는 역설의 비사다.
퉁소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향악은 물론 종묘제례학 등 당악에도 널리 쓰였다. 퉁소의 수난은 일제 강점기와 함께 시작됐다. 아악을 다루는 ‘교방사’를 ‘아악대’로 개편했다가 1915년 ‘이왕직 아악부’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일제 통치 권력의 입장에서 저항적이고 선동적인 퉁소를 아예 빼버렸다는 것이다.
퉁소의 수난은 해방 이후에도 계속됐다. 퉁소가 현재의 국립국악원에 전승되지 않은 것이다. 사정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느덧 한반도에서 퉁소는 서서히 사라지게 됐다. 퉁소가 제대로 연주되는 것은 오직 함경도 북청지방에서 전승돼오던 ‘북청사자놀음’뿐이다. 극소수의 퉁소 시나위, 산조 연주자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와는 달리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중국 연변지역에서는 퉁소가 널리 사랑받는 대중악기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4개의 퉁소악단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훈춘 밀강촌의 퉁소놀이가 활발한데, 2007년 밀강 퉁소는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오며 가장 보편적으로 애용되던 우리의 민속악기가 중국의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이다. 2009년에는 농악무와 전통 혼례, 한복, 상모춤 등이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1년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인 ‘아리랑’을 비롯해 가야금, 회혼례, 씨름, 랴오닝성의 판소리가 중국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사 동북공정’에 이어 ‘문화 동북공정’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뒷전으로 밀리고, 남에게 빼앗기는 우리의 토종 신세다.
작성 : 2017년 07월 06일(목) 13:20
게시 : 2017년 07월 07일(금) 10:01


이남숙(아시안프렌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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