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또 문화를 투영하고, 생활을 대변한다.

교사, 의사, 경찰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직업도 있지만 1960~1970년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버스안내양을 이제는 버스 자동안내시스템이 대신하듯 기술의 발전은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업무가 지금은 어엿한 하나의 직업으로 분류돼 인정을 받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제7차 한국표준직업분류’를 보면 이 같은 변화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개정된 한국표준직업분류는 국가 기본통계 작성을 위한 분류 기준 역할을 하며, 직종별 급여·수당, 사회보험 요율, 각종 법령 등에 활용된다.

제7차 한국표준직업분류의 특징은 4차 산업혁명 관련 ICTs 기반 기술 융·복합 분야, 문화 콘텐츠 분야,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크게 증가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직업구조에 변화가 일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직업들을 열거해보면 4차 산업혁명, 기술 융·복합 분야와 관련해서는 데이터 분석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로봇공학 기술자 및 연구원, 방재 기술자 및 연구원 등이 새롭게 탄생했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봤던 주인공들의 활동이 이제는 유망한 하나의 직업이 된 것이다.

또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는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사용자 경험 및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공연·영화 및 음반 기획자, 요리 연구가 등이 눈에 띈다.

문화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직업들이 다변화된 게 특징이다.

사회서비스 분야와 관련해서는 놀이 및 행동치료사, 상담 전문가,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서비스 종사원, 문화관광 및 숲·자연환경 해설사, 반려동물 훈련사 등이 신설되거나 세분화됐다.

인간 본연의 행동이나 습관을 분석·연구한 전문가와 자연, 반려동물 등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과실 및 채소 가공 관련 기계 조작원, 섬유 제조 기계 조작원 등은 복합·다기능 기계분야의 발전에 따라 등장한 일자리다.

최근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인지능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4년 뒤인 2020년까지 사라질 직업으로 우편배달원, 계량기검침원, 농민, 신문기자, 보석세공인, 벌목꾼, 항공기승무원, 보링머신공, 손해평가사, 재봉사 등 10가지를 꼽은 전망도 나왔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 공동 연구진은 슈퍼점원, 일반 사무원, 택시 운전기사, 호텔 객실 담당, 경비원 등을 조만간 사라질 직업들로 분류했다.

물론 이런 전망처럼 이들 직업이 당장에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 버스안내양처럼 새로운 기술로 완전히 대체될 직업들은 하나 둘 늘어나고,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당신의 직업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현실이 그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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