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에너지 산업ㆍ기업 시공ㆍ안전 정책ㆍR&D 오피니언 피플inSide 전기家
사설
등촌광장
기자의 눈
독자투고
월요객석
이주의 말말말
경제산책
데스크 칼럼
연규해 칼럼
(등촌광장) 슘페터식 에너지 대전환, 전기농사
[ 해당기사 PDF | 날짜별 PDF ]
에너지 대전환이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선언되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크게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발전비중 20%까지 대폭 확대하는 목표다. 모든 국민이 투표로 선택하였으니 이것은 국가의 의지이자 전략이다.
전환하려는 에너지 시스템은 대표적인 복잡계다. 현대 문명의 어떤 것도 이보다 복잡한 것은 없다. 해서 대전환은 엄청난 복잡성을 통찰해야 시작할 수 있으며, 수많은 난관과 위험을 예지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과업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시작을 말함조차도 두려워하며 성공적인 추진에 대해서는 더더욱 입을 다무는 이유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한계를 직면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세렝게티 평원에서 건기가 시작되면 2백만 마리의 누가 거대한 본능의 질주를 시작한다. 누렇게 변한 풀밭을 출발해 물과 풀이 풍성한 새 초원으로 향한다. 평생 3만 킬로미터를 달린다. 수많은 얼룩말과 코끼리가 같이 간다. 사자와 하이에나 그리고 악어도 뒤엉킨다. 굶주림과 갈증 등 고난의 연속이며 미지의 위험을 뚫는 어지러운 전진이다. 하지 않으면 부양의 새로운 터전을 만날 수 없기에 이동은 필연의 수순일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도 복잡해 보이지만 통찰하자면 필연과 외길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이동이다.
1.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20%까지 확대함은 딱 50GW 이상의 태양광발전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1GW의 태양광발전에는 햇볕이 좋은 5백만 평의 땅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햇볕이 좋은 2억 5천만 평의 입지 구하기’ 다.
답은 있다. 햇볕이 좋은 땅이란 농지다. 우리나라의 농지는 총 51억 평인데,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매년 1% 이상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의 발달로 매년 경지면적은 줄어도 쌀은 10-15% 과잉 생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쓸 수 있는 땅도 농지다.
2. 정답은 농지의 5% 이상을 신재생발전에 쓰는 것이다. 50GW 이상의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수 있다. 에너지 대전환을 시작할 수 있고 제도시행을 잘하면 실제 농사를 짓는 진짜 농업민이 부자가 될 것이다. 도농의 소득격차가 줄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논 1평에서 쌀농사를 하면 연간 1.8kg의 쌀을 생산해서 2,900원을 번다. 이를 위해서 화석연료(유류보조금, 농업용 전기요금), 화석양분(비료), 화석물(지하수)를 대량 소비하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꽤 많이 발생시킨다. 결국 최종적인 순이익은 평당 606원이다.
농지에서 쌀 대신 전기를 생산하면 당연히 전기농사다. 1평당 250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하루 3.6시간 이상 발전해 연간 6만 원을 벌 수 있다. 쌀농사와 전기농사의 소득을 비교하면 20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태양광 전기농사를 실제 해보니 시설투자비를 갚고도 농가소득이 5배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본은 농어촌 재생가능 에너지법을 만들어 약 4억 평의 태양광 농지를 확보했다. 이 전기농사는 20년 동안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일 것이다.
3. 대규모 전기농사는 탄력성있는 그리드를 요구한다. 신재생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해 전력망에 다양한 기술적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완화하는 것이 그리드 탄력성이다. 스마트그리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전력전자 기반의 신재생 전용 변환소, 실시간 수요관리, IoT 기반의 지능형 통합운영관리, 직류 배전망 등과 같은 다양한 신기술이 그리드에 탄력성을 만드는 기술이다.
4. 이들 기술에 대규모의 가스발전을 더하면 충분한 그리드 탄력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하게 변하면, 처음 30분 정도를 스마트그리드와 ESS 등으로 완충하고 이후에는 가스발전이 빠르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석탄화력이나 원전으로는 어려우니 오래된 석탄화력을 멈추고 원전의 역할을 재조정해서 가스발전의 역할을 늘리는 일이 필연이다. 가스로의 연료전환은 미세먼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규모 신재생발전을 수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5. 이제 외길의 끝에 남은 최후의 문제는 안정적인 가스도입 확대다. 가스발전소 건설은 석탄화력발전소 자리에 쉽게 지을 수 있다. 어려움은 2배 이상 늘어날 발전용 가스를 경제적으로 도입하는 일이다. 경제성, 안정성 그리고 시급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스저장 터미널을 건설하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부유식 가스저장 재기화설비(FSRU)라는 답이 있다. 이 방식은 절반의 초기 구축비로 단기간 내에 육상 가스터미널 대신 건설할 수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한러 가스 파이프라인 방식의 약점과 리스크를 헷징하는 방안으로서도 큰 가치가 있으니 반드시 할 일이다.
전기농사는 농업에 대한 슘페터식 혁신이다. 재생에너지 기술과 자본을 농업의 토지와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에너지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에너지 대전환으로 13만 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20% 이상 감축하면서. 더구나 농업민들은 기존 쌀농사 연간소득 8조원 외에 15조 원 이상의 새로운 전기농사 소득으로 부자가 될 것이다. 이 소득은 대부분 지출되어 낙수효과를 일으킬 것이며, 신재생 및 가스발전 그리고 전력망 설비투자와 더불어 약 110조 원 이상의 총수요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혜택을 크게 누리고 도시의 국민 대부분도 잘 살게 될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에 필요한 전환비용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스마트한 답이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작성 : 2017년 06월 28일(수) 18:48
게시 : 2017년 07월 04일(화) 16:42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전기계 캘린더
2017년 11월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