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규 건설 전면 중단 선언했지만 현실적 어려움 커
시장제도·에너지세제 개편 등 석탄에 불리...당초 계획보다 경제성 낮아져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건설 재검토를 공약을 내건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와 사업자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전력거래소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예정인 민간 석탄발전사업자들에게 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지 문의한 데 이어, 산업부와 청와대에서도 관련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부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의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 문제 해결을 위해 30년 이상된 노후발전소 10기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존 발전기 43기(20년 이상 8기, 20년 미만 35기)에 대해서는 탈황·탈질 설비 보강과 성능개선(리트로핏) 등을 통해 환경규제를 강화할 계획이었다.

또 신규로 건설되는 20기는 계획대로 건설하되 오염물질 배출규제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 발전규제를 강화하더라도 58기의 국내 석탄화력 발전기 가동수를 고려했을 때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고 판단해 공정률이 낮은 신규 석탄 9기에 대해서 건설 중단내지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뒀다.

현재 건설 중단이 검토 중인 석탄발전소는 신서천 1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포스파워 1·2호기, 고성하이 1·2호기, 당진에코파워 1·2호기 등 모두 9기다. 이중 신서천 1호기와 고성하이 1·2호기는 이미 착공에 들어가 종합공정률로는 20%를 상회하고 있다. 나머지 사업들도 사업권 확보와 부지 매입 등을 위해 이미 수천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문제는 정부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허가를 내준 사업들을 강제로 중단할 만한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

정부는 우선 발전사업자 스스로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사업자들은 석탄발전소 특성상 천연가스발전소로 전환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석탄발전소는 연료인 석탄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와야 해서 운송·저장·사용이 쉽도록 해안가에 건설하지만, 천연가스발전소는 주로 전력수요지 인근이나 도심지에 위치하는 게 보통이어서 부지 자체가 다르다. 석탄발전 부지에 천연가스발전을 짓는다면 해당지역까지 천연가스배관망을 건설해야 하고, 생산한 전력을 해안가에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도심까지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설계와 주기기 및 보조기기 계약까지 마쳤고, 4조원이 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까지 끝낸 상태인데 느닷없이 연료를 전환하라고 하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사업자체가 좌초할 수밖에 없다”며 “매몰비용도 1조원이 넘는데 이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 받을 수밖에 없어 심각한 낭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민간 위주의 발전사업자 스스로 연료 전환이 어렵다면 공기업들이 민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인수해 부지와 연료를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기업들은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 정책을 이행토록 하는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 간 계약서를 근거로 민간 기업들이 보유 지분을 공기업에 넘길지도 만무한데다, 공기업 예산도 결국은 국민의 세금이어서 예산낭비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정부로서 남는 카드는 특별법을 제정해 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대신 사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허가해준 원전과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대신 보상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던 사례가 있다. 물론 이 방안도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보상 범위를 두고 정부와 사업자간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발전소 건설과 관련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당장엔 발전소 건설을 계획대로 하는 게 좋긴 하지만, 향후 전력시장제도와 에너지세제 개편 방안 등이 석탄에 불리할 것으로 전망돼 경제성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kWh당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LNG 79.2원, 석탄 50.2원으로 LNG가 50% 이상 비싸다. 이는 연료비 자체의 차이도 있지만, 세금요인도 크다. 발전용 LNG 연료에 붙는 개별소비세와 수입부과금 등 세금은 kg당 89원으로 석탄 발전용 유연탄(30원)의 세 배에 가깝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탄 발전 유지·확대에 따른 환경비용을 감안하면 LNG 발전용 원료에 붙는 세금을 낮추는 등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석탄의 경제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의 상한을 설정하는 전력시장제도 개편도 검토 중이어서 발전소를 짓는다고 해도 100%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탄에 불리한 에너지세제개편과 전력시장제도 개편이 전망됨에 따라 일부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어려워 사업이 자연스레 좌초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억지로 사업을 중단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을 받지 못한 삼척포스파워 1·2호기는 이달 말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면 사업권이 취소될 예정이다. 또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은 받았지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당진에코파워도 내년 3월이 만료시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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