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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57)‘지리산 사람들’의 하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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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는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이날은 밤이 짧아
전깃불을 켜지 않고도 하루를 지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지리산사람들’은
오는 하지에
전깃불을 켜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전깃불 대신
촛불을 켜는 하지,

별빛 흐르는 섬진강변에서 시낭송과
작은 문화공연을 합니다.
함께 모여
자연 안의 평화로운 삶을 이야기해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인 <지리산 사람들>의 하지 모임 안내글입니다. 그대도 달려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으신가요?
“지리산은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이며 사람과 야생 동·식물, 모두의 삶터이며, 생명의 산이다. 그리고 지리산 곳곳에는 생명과 평화의 문화를 이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모두가 수만 년 뭇 생명을 품어온 지리산의 너른 품속에서, 국립공원의 가치 안에서, 공생과 공존의 실천 속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
지리산 자락 섬진강가에 사는 평범하지만 맑은 사람들이 만든 <지리산 사람들>의 창립선언문입니다. <지리산 사람들>은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과 지역주민의 일상적 삶 안에 녹아드는 국립공원 운동, 나아가서는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반생명, 반평화, 비인간의 인위적 질서를 거부하고 화해와 상생과 순환을 바탕에 둔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모임이지요.
<지리산 사람들>의 소소한 행사 중에 수확한 하지감자를 쪄서 나눠먹는 ‘하지 모임’과 팥죽을 쒀서 나눠먹는 동지 모임이 있답니다.
어느 모임에나 쉽게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성격이라 몇 해 동안 언저리를 맴돌던 이 모임에 드디어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하지날인 6월 21일이 마침 근무가 없는 쉬는 날이라 큰맘을 내었지요.
올해는 섬진강가에 있는 <용호정>에서 하지 모임이 열렸답니다. 용호정은 호수에서 용(龍)이 올랐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1910년 한일합병조약 체결 소식을 듣자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가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 황현의 제자들이 조국을 잃은 울분을 달래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모임을 가졌던 유서 깊은 곳이지요.
강변에 노을빛이 물드는 시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찐감자솥을 들고, 누군가는 삶은 햇옥수수 소쿠리를 들고, 가랙떡 상자와 막걸리병 봉지를 들고 환한 얼굴로 모여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막걸리잔을 나누다보니 지리산 자락에서 내려온 어둠이 조용히 섬진강에 스밉니다.
크레센시아님의 시낭송과 ‘일파만파’팀의 기타연주에 이어 깊은 산님의 노래, 아이들의 노래로 하지날의 밤이 푸르게 빛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좌장격인 찬샘님의 은퇴 후의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며 늙는 것을 두려워 말라는 인생강의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불어왔습니다.
함께 어울려 먹거리를 나누고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는 사소한 일이 얼마나 따뜻한 일인가를 생각게 해준 밤이었습니다.
헤어져 돌아오는 마을 고샅길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 크고 큰 산 지리산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작성 : 2017년 06월 27일(화) 08:42
게시 : 2017년 06월 28일(수) 10:30


글 + 사진 │김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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