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는 누구를 말할까. 비정규직,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의 등쌀에 못 배겨나는 골목의 소상공인들 모두를 ‘을’이라 부르고 경제적 약자라고 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대부분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또는 보듬음은 역대 정권을 거처가며 누누이 강조됐지만, 이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했던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갑질’ 을 없애겠다며 그 타겟으로 대기업을 지목했다. 말처럼 갑질은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재벌은 영원하고 권력은 유한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과감함이 좋다. 그동안 많은 관료들이 재벌 대기업과 적당히 타협해 가며 대기업을 비호하고 이익을 나누며 지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기업의 갑질에 한숨을 쉬고 있지만, 숨소리 조차 크게 못 내며 인내하고 있는 분야 중 한 곳이 전기공사업계다. 중소 전기공사업계 많은 회사들은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을 받아 일하며 회사를 경영한다. 시스템을 보면 대형 건설사의 협력업체로 등록을 한 후 등록된 업체끼리 입찰경쟁을 통해 건설사로부터 공사를 받는다. 입찰은 금액과 상관없이 대부분 최저가낙찰제 형태로 진행되고, 업체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공사금액은 턱없이 낮아진다. 최저가로 업체가 결정되다 보니,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적정노임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정부가 정함 품셈의 10% 밑에서 노임이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전기공사업 자체가 노임과 시공자재에 의해 공사비가 결정되는 구조인 것을 감안하면 일을 해도 공사업체는 이익을 낼 수 없는 악순환의 구조가 연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형 건설사에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손해를 보면서 일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회사에 고용된 인력을 운용하기 위해선 손해를 보더라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대기업에서 일한 실적을 바탕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쉽사리 포기를 못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빗대어 중소기업 CEO는 ‘현재 전기공사업계는 멈출 수 없는 자전거를 탄 형국’ 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달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많은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해서 손해만 보지 않게 해달라는 절규에 대해 공정위가 답을 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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