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꿈꿨지만 운명처럼 전기 만나 엔지니어 인생 시작
이젠 업계 대변 제도 개선·회원 권익 창출 이모작 준비”

김동조 고려기술단 대표는 올해 2월부터 한국기술사회 건축전기설비분회 회장을 맡고 있다.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시험은 전기 분야에서 가장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김 대표는 1996년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시험에 합격했고, 2002년에 전기설계·감리 전문업체인 고려기술단을 설립했다. 국내 건축전기설비기술사들을 대표하는 김 분회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인생과 함께 향후 3년간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어릴 적 김동조의 꿈은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 어린이신문이나 학교 교지에 글이 실린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커서 시인이나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품었죠. 그러나 운명처럼 전기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친구들과 방문한 수송전기공업고등학교에서 전기엔지니어로서의 첫 인연은 시작됐다.

김동조 분회장은 “무언가에 이끌려 수송전기공고로 진학을 하게 됐다. 지금은 폐교돼 없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서 몇 안 되는 전기 분야 공업고등학교였다”며 “1970년대는 정부에서 ‘공업입국’을 국시로 정해 공업기술을 장려하는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흐름에 맞춰 전기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분회장은 건설 회사를 거쳐 대구에 위치한 섬유 제조업체인 갑을방적에 입사하게 된다. 전기부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김 분회장은 전기와 기계부서가 합쳐지면서 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시 경영층에선 기계 분야 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를 영입해 기전팀장에 앉혔습니다. 분하고 억울했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었으니까요. 그때 처음으로 기술사라는 시험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김 분회장은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자격을 얻기 위해 매주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 기술사학원에 다녔다.

그는 “버스타고 왕복 8시간을 넘게 서울-대구를 오갔다”며 “일과 병행하며 새벽잠을 설쳐가며 공부했다. 전기 분야에서의 현장경험이 뒷받침되면서 시험합격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지금도 당시 합격자 명단이 실린 기사를 간직하고 있다. 공부하면서 작성한 서브노트도 이사 다닐 때마다 챙기곤 한다. 그에게 기술사란 남다른 의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의 대우도 확 달라졌습니다. 다시 전기팀장을 맡게 됐죠.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자격 획득 이후 인생의 방향도 변했습니다. 국내 900명이 넘는 건축전기설비기술사를 대변하는 분회장 자리도 맡게 됐죠. 이때의 성취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2000년에는 전기응용기술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하기도 했죠.”

한국기술사회 내 건축전기설비기술사분회에는 5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건축전기설비는 전기응용, 철도전기, 발송배전, 전기안전 등 전기 분야 기술사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때문에 김 분회장은 전기 분야 전체를 대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제도 개선이나 회원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우선 업계의 최우선 현안인 전기설계·감리의 분리발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수십년간 건축사사무소의 저가하도급으로 인해 전기설계·감리업체들의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발주처에서 분리발주를 시행해야 합니다. 또 현실을 반영한 전력기술관리법 개정도 필요한데 전기설계·감리 업역 기준을 전기공사업법상의 범위로 넓혀야 합니다.”

또 김 분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하려는 기술사 역량지수 도입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특급기술자인 기술사를 대상으로 경력, 학력, 자격 등에 맞춰 다시 등급을 나누겠다는 것인데 기술사는 이미 시험자격을 얻기 위해 이러한 조건을 만족했다”며 “역량지수 도입은 기술사에 대한 이중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분회장은 건축전기설비기술사회와 관련이 깊은 전기공사협회와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기공사협회와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 기술사회를 기술 제공이나 자문 역할을 비롯해 정부나 유관기관을 상대로 공사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죠. 앞으로 전기공사협회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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