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 중단보다 우선해야 할 일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협정에 참여한 다른 나라들의 비난을 받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조차 탈퇴 반대여론이 거세다. 국내외의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탈퇴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는 신정부가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던 탈 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공식화 한다고 한다. 지극히 달라 보이는 양국의 접근법, 무엇이 문제일까? 국익의 관점에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적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주로 에너지 전환과 이용 시 발생한다. 따라서 협정 준수를 위해서는 산업, 발전, 교통 및 주거 등 각 분야의 에너지 이용 행태를 바꾸어야 하고 장기적 재정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노력을 하지 않을 때의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는 것을 자발적감축목표(INDC)로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감축목표 37% 가운데 10%는 외국에서 매입하는 조건이고 보면, 37%는 아예 자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말이다. 반면에 전 세계 배출량의 14%를 차지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은 뒤늦게 협정탈퇴를 선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자국 산업에 무리한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류공영이라는 숭고한 목표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와 달리 문 대통령은 선거공약대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신규건설을 중단하고 노후발전소는 조기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협정을 지키고 환경보호도 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책이니만큼 어느 누구라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보다도 전향적인 정책을 펴고자 하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거나 특별한 대책이라도 있어서 일까?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덕분에 최근 LNG 수입국가에서 수출국가로 전환되었다. 자연히 한국의 LNG가격이 미국에 비해 2~3배 비싸다. 게다가 산업의 에너지 의존도는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 둘째 2015년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4.5%, 한국은 3.2% 였다. 셋째 미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기준을 만족하는 한 폐쇄여부가 경제성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안전성이나 경제성 기준이 아닌 정책으로 고리 1호기 폐로를 결정하였다. 결론적으로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을 선언하기에 앞서 에너지 안보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며, 산업 경쟁력 보호방안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밖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력망이 수용능력을 갖추어야 함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중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전력계통 연계망 구축이 미흡하여 전력수급 불균형을 초래함으로써 잉여전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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