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방조치 항의성 대응, 공신력 저하 걱정에 머뭇
산업부 훈령 개정도 지연돼 ‘일단 지켜보자’ 분위기

당초 정부가 전기안전공사의 전기용품 시험․인증기능(V체크마크) 폐지기한으로 못 박았던 시점(올 6월 말)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전기안전공사에서 받은 V체크인증을 타 시험인증기관으로 옮긴 기업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견 수렴 없이 전기안전공사 인증업무 폐지를 결정한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대한 항의성 대응이라는 시각과 함께 V체크인증 이관의 전제요건인 자가용전기설비 검사업무 처리규정(산업통상자원부 훈령)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업체들이 인증기관을 옮기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V체크인증을 보유한 총 48개사(70개 공장, 5월 31일 기준) 가운데 인증기관을 다른 곳으로 옮긴 업체는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 중 하나로 전기안전공사의 전기용품 시험 및 인증업무(V체크마크 인증) 폐지를 결정한 이후 올해 들어 전기안전공사와 인증업무 이관협약을 맺은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전기연구원, 전기공업협동조합 등에 인증이관을 문의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실제 인증을 옮긴 곳은 한 곳도 없다.

A기관 관계자는 “전기안전공사에서 설명회를 하고, 인증업무 이관을 위한 협약 체결 전후로 인증이관 절차 등을 묻는 기업들이 여러 곳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문의도 없고, 실제 우리 기관으로 인증을 옮긴 업체도 없다”고 말했다.

B기관 관계자도 “V체크인증 업체 유치를 위해 직접 해당기업들에 일일이 방문까지 하고 안내를 했지만 인증을 이관해 온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정한 전기안전공사 V체크인증 이관 완료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증업체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증기관을 옮긴 이후에 닥칠 유․무형의 손실을 우려해서다.

전기안전공사 V체크인증업체 가운데 저압설비 기업은 공공기관인 전기안전공사가 아닌 민간시험인증기관에서 V체크인증을 받으면 공신력 측면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증업체 관계자는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마크는 사용전검사를 하는 전기안전전문기관에서 준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면서 “기존의 KAS(한국제품인정기구) 기관에서 내주는 V체크마크는 사실 있으나마나한 인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증업체 관계자도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인증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 인증을 획득했다면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현장에서 인정을 해준다”면서 “앞으로 인증기관을 민간시험기관으로 옮기면 발주처나 감독관들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도 “일부 업체들은 V체크마크 인증기관을 옮기면 전기안전공사 인증이라는 네임 밸류를 잃게 될까봐 최대한 늦게 옮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압설비 인증업체들은 자가용전기설비 검사업무 처리규정(산업통상자원부 훈령)이 개정되지 않아 인증업무 이관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규정에는 전기연구원, 전기안전공사, 전기공업협동조합만 KAS 제품인증기관에 포함돼 있어 전기안전공사 V체크마크 업체들이 인증기관을 KTC, KTR로 옮길 경우 사용전검사 과정에서 제품인증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민간시험인증 업계는 산업부가 자가용전기설비 검사업무 처리규정을 개정해 KAS 제품인증기관에 KTC, KTR까지 포함하면 인증기업들의 V체크마크 이관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자가용전기설비 검사업무 처리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당장 6월 말까지는 모든 인증업체들의 업무이관을 마무리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산업부에 가서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을 설명하고, 올해 말까지는 매듭을 지으려고 한다”면서 “전기안전공사는 그때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이전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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