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전 역할 다하고 명예로운 퇴진...해체 15년 걸려
17일 오후 6시 터빈발전기 수동정지...19일 0시 영구정지

우리나라의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8일 자정을 기해 영구 정지했다. 1977년 6월 19일에 첫 가동을 한 이후, 40년 동안 전력을 생산한 고리 1호기는 이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7일 오후 6시부터 발전기 계통 분리를 시작해 6시 38분 원자로를 정지하고, 19일 0시부터 고리 1호기 발전을 영구 정지했다. 고리 1호기는 1971년 미국 정부의 차관과 원전 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지원을 받아 착공했다. 당시 고리 1호기 총 공사비는 1561억원으로, 이는 1970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의 4분의 1, 경부고속도로를 4개 놓을 수 있는 규모였다. 1977년 6월 19일 임시 운전을 거친 뒤 1978년 4월 29일부터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가 지난 40년 동안 생산한 전력은 15만GW(기가와트)에 달한다. 이는 1년 동안 부산광역시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34배에 이르는 양이다.

◆고리 1호기와 한국원자력 40년

1971년 1인당 국민소득 292달러,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은 2508MW일 때 587MW규모의 국내 첫 원전고리1호기가 착공했다. 당시 무모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978년 고리1호기가 건설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됐다.

고리 1호기는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 가동 첫해인 1978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감당했고, 이후 늘어난 원전으로 우리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1987년 초 한빛 원전 3·4호기 건설사업과 연계, 원전 건설 기술자립이 추진됐고, 2000년대에는 국내업체가 주계약자로 참여해 한국표준형원전을 개발했다.

2000년 11월 누적원자력발전량 1조kWh를 달성했고, 2008년에는 2조kWh를 돌파했다. 이후 개선형 한국표준원전인 OPR1000를 개발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적용했다.

또 차세대신형경수로 APR1400을 개발하는데 성공, 신고리 3·4·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를 건설 중에 있으며, 2009년에는 이 모델로 UAE에 원전수출의 쾌거를 거뒀다.

2015년 4월에는 누적원자력발전량 3조kWh를 돌파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6년간 쓸 수 있는 전기 소비량이다.

고리1호기는 30년간 운영을 하고 발전소 설계수명이 만료됐으며, 2007년 12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을 위한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 18일까지 10년간 연장운영을 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12일 에너지위원회는 경제성・수용성・해체산업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구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했고, 6월 16일 한수원 이사회는 2차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6월 24일 한수원은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안위에 제출했고, 2016년 6월 9일 원안위가 허가를 승인함으로써 2017년 6월 19일 0시부로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됐다.

◆고리 1호기 해체계획

원전해체는 수십 년간 전기를 생산한 원자력발전소를 일반부지로 복구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원전 시설물의 철거뿐만 아니라 부지와 환경복원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폐로는 일본식 용어이며, 국내법상 해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원전해체 방법에는 즉시해체와 지연해체 2가지가 있다. 즉시해체는 사용후핵연료 냉각 후(최소 5년) 15∼20년 동안 해체하는 방법이며, 지연해체는 사용후핵연료 제거 후 일정기간(10~60년) 동안 원전을 유지해 방사능 준위를 낮춘 후 해체하는 방법이다. 고리1호기의 경우 즉시해체방법으로 해체될 예정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즉시해체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해체 작업은 영구정지 후 사용후핵연료 인출, 냉각 및 안전관리(5년 이상), 시설 및 구조물의 제염·해체(8년 이상), 부지복원(2년 이상)의 순서로 진행되며, 영구정지 후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수십 년 동안 엄청난 방사선을 내뿜어온 거대한 장치를 해체하는 일이다 보니 사회적 관심도 높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고리1호기 해체는 ▲인허가(’17.6~’22.6) ▲사용후핵연료 냉각·반출(’17.6~’25.12) ▲본격 해체(’22.6~’30.12) ▲부지복원(’31.1~’32.12)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부지복원・최종해체완료 시점은 2032년 말로 예상되지만 규제기관의 해체계획서 승인,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구축 등의 변수로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다.

해체비용 산정 기준 관련 고시에 따른 원전 1기 해체에 필요한 비용은 6437억원으로 추산된다.

6437억원의 해체비용은 밀폐관리·철거비(3918억)와 중저준위방폐물 처분 비용(2519억)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은 한수원이 정부가 관리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에 별도로 적립해 관리하고 있다. 경수로의 경우 다발당 3억2000만원, 중수로는 다발당 1300만원이다.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은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원전 운영기간 동안 발전원가에 반영해 적립하고 있다. 원전 해체는 많은 시간과 비용과 첨단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현재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미국 등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해체에 필요한 상용화기술 58개 중에 41개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2년 전까지 미확보 기술을 개발 완료해 국내 기술로 차질 없이 해체를 시행할 계획이다.

고리1호기 사용후핵연료는 5년 이상의 냉각을 거쳐 원전 부지 내 마련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고리1호기 최초 운전개시일부터 영구정지시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1391다발이다. 건식저장시설은 2017년 하반기부터 지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2024년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부지 밖에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해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고리1호기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폐물은 1만4500드럼 가량으로, 발생 방폐물은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에 처분될 예정이다.

◆원전 해체의 쟁점과 과제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12기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 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10년 내에 10여기의 발전소를 해체하는 것은 재정적, 기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 비용과 관련해서는 현재 ‘원전해체 충당금’이란 이름으로 발전소 1기당 6437억원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사회공공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원자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33기가 영구 정지 상태이며, 이중 11기가 해체를 마친 상태다.

미국의 원자력발전사업자는 영구정지 5년 전 해체비용에 대한 예비견적서와 자금확보계획 등을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운전정치 증명서, 해체 후 해체 활동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는 현재 13기의 실험용, 상업용 원자로를 해체 중에 있으며, 2006년 제정된 핵의 안전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TSN법)에 의해 해체 과정이 규정받고 있다. 프랑스의 해체 과정 또한 발전사업자의 신청에 의해 진행되는 방식이지만, 발전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해체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16기의 발전용 원자로가 해체 과정을 밟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용이 불가능해진 후쿠시마 1~4호기 이외에도 후쿠시마 5~6호기, 미하마1·2호기, 쓰루가, 겐카이, 시마네 발전소가 영구 정지상태다. 이들 발전소는 설계수명이 만료되기 전이지만, 국민적 여론과 높아진 안전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발전사업의 포기 등에 의해 해체 과정을 밟고 있다.

원전해체는 발전소 주변지역에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원전에 의존했던 지역에서 해체가 진행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의 침체는 물론, 원전 가동시 전력 생산량에 연동된 세수와 교부금이 줄어들면서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반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원전을 반대했던 주민들의 경우에는 해체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발전소 근무자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유령 도시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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