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타하리’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최근 1년 만의 재공연 프리뷰의 막을 올렸다. 특히 이번 작품은 단순히 무대의 화려함보다 내적인 이야기 구조에 신경을 쓰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마타하리는 지난해 3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초연했으며 공연 당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 뒤지지 않는 화려한 무대와 조명의 위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번 재연에서는 1막에서 돋보였던 빠른 전환의 무대 메커니즘에 대한 야심을 내려놓았다. 2부에서 마타하리가 아르망을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독일로 가는 장면을 턴테이블을 사용해 표현했지만 그 빈도가 이전 공연과 비교할 때 크게 줄었다.

초연 이후 뮤지컬 시상식에서 무대디자인상을 휩쓴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의 턴테이블을 위주로 한 위풍당당한 무대는 이번에 1차 세계대전 당시 고증에 주력하며 한층 고즈넉해졌다. 아스라한 빛깔의 조명으로 마치 '필름 느와르'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는 평가다.

초연에서 배우 임춘길이 맡았던 MC, 즉 극의 해설자이자 사회자 역도 이번에 없앴다. 위트와 유머가 더해지는 역이었지만, 마타하리에게 감정을 이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등 사족이라는 한편의 평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연에서 서사에 힘을 실을 수 있었던 건 연출 스티브 레인의 힘이 크다. 뮤지컬뿐 아니라 ‘찰리 에프의 두 개의 세상’, ‘세일즈맨의 죽음’ 등 연극을 비롯해 ‘피터 그라임스’ ‘이도메네오’ 같은 오페라 작품까지 연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1막은 다소 연극적으로 변모했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시대적 배경을 강화함으로써 마타하리가 왜 스파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소개하고, 치열한 삶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일반적으로 노래와 무대에 주력하는 대형 뮤지컬은 이야기 플롯이 약하다는 평을 받는데, 이번 마타하리는 초연에서 아쉬웠던 점을 상당히 보완했다.

연출 스타일도 세련돼졌다.

1막의 마지막 넘버 ‘두 사람’을 부르는 장면에서 초연 때는 아르망이 탄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이 거칠게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날아가는 장면을 없애고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예다. 총합하면, 초연보다 정서가 무거워졌고 대신 인물들의 고뇌가 짙어졌다. 역동적인 무대와 함께 화려한 춤, 영상 등의 장면도 덜어냈는데 그 빈곳은 이야기와 감정이 들어섰다. 마타하리 역의 배우가 직접 춤을 추며 물랑루즈의 풍경을 강조한 부분도 덜어냈다.

달라진 정서 등으로 인해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연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대표 역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한국뮤지컬협회가 주최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마타하리로 프로듀서상을 받기도 한 엄 대표는 "개작을 한 것은 초연의 완성도가 못해서가 아니라 실험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초연 때 부족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채워나가며며 균형의 추를 맞추려 한 점을 높이 살만하다는 게 전반적인 반응이다. 마타하리는 모차르트와 엘리자벳 등 중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 EMK 뮤지컬컴퍼니의 첫 대형 창작물이다. 무대 예술의 매력은 무조건적인 수정이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개작하는데 있다. 브로드웨이 진출까지 노리는 마타하리는 정상으로 가기 위한 최적의 답안을 찾고 있다는 것.

재연의 마타하리 역으로 합류한 뮤지컬스타 차지연은 지난 16~18일 프리뷰 공연에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다채로운 넘버를 과하지 않으면서도 절절하게 소화해냈다.

위키드 이후 8개월 만에 복귀한 그녀는 탁월한 가창력은 물론 지난한 삶을 산 마타하리의 삶에 완벽하게 감정이입을 했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마타하리를 맡는 옥주현의 연기와는 차별화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공연은 오는 8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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