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듣는 단어가 있다. 다름 아닌 ‘서민’이다.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스스로가 서민이라며 ‘서민이 잘사는 나라, 서민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번까지만 속겠다고 다짐하며 한표를 던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속았다는 걸 깨닫고 쓴웃음을 짓는다.

선거가 끝나면 그 많던 ‘가짜 서민’은 사라지고, ‘진짜 서민’만 남는다. 우두커니 남은 서민들은 늘 그랫듯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선거가 시작하든, 끝나든 서민들의 삶은 이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힘겹게 이어진다. “나 힘들어요”라고 내색하지 않고 삶으로 체화되는 것, 서민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의 풍경은 과거와 조금 다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서민의 삶보다는 경제성장에 열을 올리고, 기업 중심 정책을 내놓는 데 급급했던 이전 정부와는 상반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은 총 11조2000억원으로 이중 4조2000억원이 공공·민간부문, 지역 밀착형 일자리 창출에 활용된다. 이외에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고, 지방재정 확충에도 투입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지원방안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1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일자리 추경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긍적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일자리 추경이 국회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은 일자리 추경이 국가재정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일자리 추경은 장기적인 처방이라기 보다는 응급처방에 가깝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일어설 힘조차 없는 환자에게 버팀목을 쥐어주겠다는 정부와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야3당 중 누가 더 서민을 위하는가. 국민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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