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너지, 단기간 효과 미미하지만 누적 기여도, 영향력 높을 것
올해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추진 위한 기반 마련 집중
에너지진단서비스, 솔루션 제공 등 새로운 시장 창출 위해 노력

“건물부문은 산업부문과 달리 일시에 감축되는 에너지나 온실가스의 양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건물은 보통 20~30년을 내다보고 짓기 때문에 누적개념으로 보면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차근차근 건물에너지효율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의경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사진>은 건축물 에너지 관리와 온실가스 감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건물수송에너지실에서 건물에너지와 수송에너지 모두를 전담했지만 건물에너지데이터분석, 제로에너지빌딩 등 미래성장사업에 집중하고 건축물 온실가스감축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건물에너지실로 분리 독립됐다. 건물에너지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국토부와 협업이 중요하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BAU 대비 37%, 그 중 건물부문은 18.1%, 3580만tCO₂를 감축해야 한다. 감축률은 수송(24.6%), 폐기물(23%), 전환부문(19.4%)에 이어 네 번째, 감축량으로는 전환부문(6450만tCO₂), 산업부문(5640만tCO₂)에 이어 세 번째다. 산업·발전부문만큼 건물부문의 감축량도 많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단열성능향상, 신재생에너지적용 등 냉·난방에너지 저감을 통해 1320만tCO₂, 고효율기자재 설치, 설비효율 개선, LED보급 등을 통해 1910만tCO₂,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보급 등 에너지사용 최적화를 통해 350만tCO₂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차질없이 수행하는 것이 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이 맡고 있는 업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전체 건물 수는 약 700만동, 그 중 주거용이 65.4%, 비주거용이 34.6%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30년 이상된 건축물의 비중은 36%, 20년 이상된 건축물의 비중은 56.8%로 나타났다. 매년 20~30만동의 건축물이 새롭게 세워지기도 한다.

김 실장은 “기존에 있는 건축물과 신축건물의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방식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기축건물의 경우 운용단계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효율화를 추진하고, 신축건물의 경우 건축허가기준에 에너지절약관련 기준, 에너지효율기준 등을 명시하는 등 규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년 이상 건물이 56%의 비중을 차지하는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듯 건물은 한번 지으면 반 이상이 20년 넘게 사용하기 때문에 신축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에너지효율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은 2020년 제로에너지빌딩 공공건물 의무화, 2025년 민간건물의무화 기반을 구축을 역점사업으로 정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단열재, 이중창 등을 적용해 건물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양을 최소화하고 태양광·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충당함으로써 에너지소비를 최소화 하는 건물이다.

김 실장은 “건축물 분야의 에너지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에너지효율향상이 되지 않을 경우 건축물과 에너지사용 설비가 증가하면서 2050년까지 50% 가 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최근 건축물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로에너지빌딩을 건설하려면 건축공사비가 30~50%가 더 소요되는데 에너지공단이 나서 부품패키지화 등을 추진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실장은 제로에너지빌딩을 비롯한 건물에너지효율향상은 단순히 에너지를 아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재실자의 주거·근무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돈을 적게 내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며 참는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에너지 절약이 이뤄지는 ‘전환’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김 실장은 “경제성 뿐 아니라 주거, 근무환경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한 에너지절감이 이뤄져야 하며, 지금이 그 전환기로 생각된다”며 “에너지공단은 건축물 에너지데이터 통계를 공유하는 등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축자재·설비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에너지공단은 에너지데이터분석센터(EDAC) 운영을 통해 기존 건축물의 운영데이터를 진단, 분석하고 각 건물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업체나 건물 측에서 에너지공단에 분석을 신청하면 진단을 통해 일, 주, 월별 에너지 사용 보고서를 제시하는 스마트분석캠페인도 시작했다. 기축건물 에너지효율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업을 창출, 민간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산업부, 국토부와 머리를 맞대고 표준화와 민간이양, 건물관리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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