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에너지 산업ㆍ기업 시공ㆍ안전 정책ㆍR&D 오피니언 피플inSide 전기家
(섬진강편지)(56)'삼태헌' 현판식
'석류꽃 피는 달에 집의 이름을 짓다'
[ 해당기사 PDF | 날짜별 PDF ]
오지게 열린 살구나무.
봄 가뭄이 심해 다들 걱정이 가득합니다. 마을사람들 주고받는 고샅길 인사도 제발 비가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앞섭니다. 모처럼 전국적인 비 소식이 있어 아침부터 창을 열어놓고 자꾸 밖을 내다봅니다.
창 너머 앞집의 석류나무 붉은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옛 사람들은 석류꽃이 피는 달이라 해서 류월(榴月)이라 불렀다니 인디언 달력 못지않게 예쁜 이름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서울에서 딸아이들이 다녀갔습니다. 바쁜 큰아이, 세쌍둥이 딸 이렇게 네 명의 딸들을 생일 핑계 삼아 불러 내렸던 것은 까닭이 있었습니다. 집의 이름을 짓고 서각을 하는 지인에게 부탁을 해 만들어 놓은 현판을 아이들과 함께 달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이들도 시골집을 제 집처럼 여기고 자주 찾아와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집을 구하고 여기저기 손을 보았던 집수리 비용도 아이들이 나눠서 내도록 했기에 현판도 함께 걸었으면 했었습니다.
집의 이름은 삼태헌입니다. 우선은 세쌍둥이 딸이 있으니 삼태, ‘세쌍둥이의 집’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뜻은 생명, 사랑, 자유라는 세 가지 절대 명제를 품은 집이라는 뜻입니다.
문학(예술)의 본령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으로서의 ‘생명’과 그 생명을 키워주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완성시켜 주는 것으로서의 ‘자유’ 실현을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의 이름을 걸어놓고 보니 새삼 집의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살고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같은 것도 해봅니다.
오늘 오신다는 빗님이 어디만큼 오시나 고샅길 지나 동구 밖으로 마중을 나가봅니다.
현덕이 어머니집 뒤란 살구가 오지게도 열렸습니다. 하도 많이 열려 지나가다 몇 개나 되나 세어보고 싶어집니다. 그 살구 개수를 세다보면 그냥 살구 볼일이 아니라 '오래 오래 살구 볼일'이겠구나 우스운 생각도 해봅니다.
인디언 달력의 유월은 ‘옥수수 수염이 나는 달’이라는데 길가 옥수수는 이제 막 꽃대를 밀어올립니다. 부지런히 물을 주던 밭주인 아저씨도 잘 자란 옥수수가 대견스럽겠습니다.
경목씨 마당에 석류꽃이 환합니다. 옛사람들은 석류꽃 피는 달이라 하여 음력 오월을 ‘류월’이라 하였다니 인디언 달력의 멋스럼에 비할 만하지 않은지요.
며칠 전 퇴근길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받아둔 논에 떨어지는 저녁놀빛이 하도 좋아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며 유월은 논이 가장 예쁜 달이로구나 했었는데 매달 그렇게 자연의 흐름에 따라 나만의 달력을 하나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논이 가장 어여쁜 달

새 생명을 품은 저 빛나는 얼굴
논이 가장 어여쁜 유월

길을 멈추고 저물도록 숨죽이고
바라보게 하는 저 환희로운 논빛

하늘과 산, 마을까지 품은
무논이 가볍게 입덧을 시작하는 유월
작성 : 2017년 06월 13일(화) 08:57
게시 : 2017년 06월 14일(수) 13:31


글 + 사진 │ 김인호 시인

많이 본 뉴스
전기계 캘린더
2017년 10월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