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개명
(스마트그리드와 청정에너지 CK-1 사업단장)
제주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개명 (스마트그리드와 청정에너지 CK-1 사업단장)

며칠 전 전기자동차 택시를 탔다. 필자는 제주도에 사는 관계로 전기자동차를 흔히 보지만 전기자동차 택시는 처음 타게 되었다. 기사양반과 전기자동차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간 몰랐던 전기자동차 장점에 대해 실감나게 듣게 됐다.

말인즉, 전기자동차 덕분에 여가시간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택시는 1일 주행거리가 길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을 택시로 운영할 땐 쉬는 날이면 택시차량을 정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렴한 부품과 소모품을 구입하러 다니기도 하고, 소모품 교체와 차량 정비를 저렴하게 해주는 카센터를 찾아 발품을 팔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를 운영하면서부터는 엔진오일이나 기타 소모품의 교체가 필요 없게 됐고, 잔고장이 없어 카센터를 갈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기사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전기자동차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모터의 온-오프에 의해 차량의 주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행 중 소음이 적다. 내연기관 엔진처럼 운행 중 이뤄지는 연료의 폭발 과정도 없어 차량의 내부진동도 거의 없다. 내연기관 스포츠카처럼 차량의 가속력 또한 탁월하다. 아울러 전기자동차는 사회적 관점이나 환경적 관점에서 에너지효율이 높고 환경오염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인이 오해하기 쉬운 점이지만, 석유류 연료를 사용해 발전소에서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이 전기에너지로 운행하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에너지효율 즉 연비가 높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석유류 연료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열에너지로 소모하고 차량이 주행하는 데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2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발전소에서는 석유류처럼 비싼 연료가 아닌 값싼 석탄이나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처럼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생활을 하는 경우 도시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수적이다.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언젠가는 전면적으로 규제될 것이다. 이미 다수의 나라들이 기한을 정해서 한시적으로만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허용을 예고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전기자동차 또는 친환경자동차만의 판매만를 허용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또 하나 전기자동차의 숨겨진 장점은 전기자동차가 국가 전체의 전기에너지 공급비용을 낮출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차, 3차 산업이 발전한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에너지의 소비가 주간에 집중되고 있다. 심야에 전기에너지가 남기 때문에 심야전력의 요금을 낮추고, 심야전력을 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충전을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주로 하도록 시간대별 차등화 된 충전요금제도를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가 보급되고 전기에너지가 남는 시간대에 전기자동차 충전이 이뤄진다면, 시설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전기자동차가 소비하는 전기에너지만큼 전기에너지 판매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로는 전기에너지 공급비용을 낮출 수 있다.

물론 전기자동차의 단점도 많이 있다. 비싼 차량 가격,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인프라 등이다. 그러나 내연기관 차량의 기술이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기술혁신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전기자동차는 본격적으로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에서 전기자동차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보급 또한 우리를 훨씬 앞서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 내연기관 자동차를 시장에서 밀어낼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전기자동차는 본질적으로 대기오염이 적고, 연비가 높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고품격 자동차의 요소인 정숙성, 저진동, 급가속성, 댁내충전가능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 또한 전기자동차의 매력이다. 자동차 개발 정책 결정자들이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입안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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