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준 산업경제팀장
송세준 산업경제팀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한국 증시도 여태껏 가보지 않은 새 길을 열었다. 코스피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323.22를 기록한 것.

이후 5월 넷째 주에는 월~금요일까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질주를 거듭했다. 6월 7일 현재 2360p를 상회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소위 ‘허니文 랠리’로 불릴 만큼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거나 좋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미래 가치에 수렴한다.

한국거래소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536개사를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55조55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35% 증가했다. 영업이익(38조8900억원)과 당기순이익(32조1900억원)도 각각 25.34%, 35.77% 늘었다. 코스피 12월 결산 법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90조원을 넘어섰다. 이 역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이 기준시점이다. 당시 시가총액을 지수 100으로 설정하고 현재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게 코스피다. 전체 시총이 기준일의 10배가 되면 지수가 1000이 되는 식이다. 무려 6년 만에 지루한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뚫고 고공행진을 벌이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개인들은 복잡한 심정이 들 것 같다.

37년 4개월, 그리고 1926%. 37년 4개월은 지수가 2300선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이고 1926%는 80년 1월 4일 이후 지난해 말까지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는 누적수익률이다. 그야말로 환상의 숫자다. 실제로 이런 수익률을 거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 일종의 정서적 박탈감은 어쩔 수 없다. ‘난 도대체 그동안 뭘 했나’하는 후회와 함께 ‘지금이라도 뭘 하긴 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사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가 잉태한 ‘합법적 도박판’이라 불릴 만큼 철저한 제로섬 게임이다. 한 사람의 대박을 위해선 99명의 손해가 불가피한 전쟁터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상대가 안 되는 개미가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날리기 십상이다.

○…이런 개미들을 위해 그나마 최적의 상품으로 볼 수 있는 게 적립식 투자다.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코스트 애버리지(cost average)’. 주식이든 채권이든 시간이 갈수록 평균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대세 상승기에는 한 번에 베팅한 거치식 투자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본래 적립식 투자의 진짜 미덕은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잃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시간과 싸움을 벌이는 게 적립식 투자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는 ‘무위즉무작(無爲則無作)’, 즉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날을 후회하거나 주머니 사정을 한탄만 하기엔 아직 시간도 많고 기회 역시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스로의 욕망을 컨트롤하는 자제력만 있다면 두려워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며 뜸 들일 필요 없다. 워런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어 온 찰리멍거 부회장의 촌철살인을 기억하자. “투자란 몇 군데 훌륭한 회사를 찾아내 그저 엉덩이를 붙이고 눌러앉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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