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욱 한양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이방욱 한양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아무래도 대학에 있다 보니 요즈음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어디일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삼성전자이겠지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2013년까지 지난 10년 간 1위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뽑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CJ제일제당과 네이버가 급부상했으며 삼성전자는 3위권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2016년 조사에서는 드디어 네이버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왜 삼성전자가 1위 자리에서 밀려났을까라는 의문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자업계의 세계적인 강자이며, 급여 복지 수준에서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총탄없는 전쟁을 벌이는 기업인만큼 업무 강도도 강하고 여가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신세대 대학생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삼성전자 다음의 선호 직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 준다.

그럼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위의 언급된 기업들의 사업 영역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전 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글로벌 기업 또는 국내 시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로컬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2017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창출된 영업 이익의 80% 이상을 애플이 쓸어갔다고 한다. 2위 삼성전자가 13% 수준이며 그나마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준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정말 글로벌 마켓에서는 어떠한 제품 영역이든 극소수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전 세계 시장을 주무르는 시대가 열릴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대학생 선호도 1위 기업으로 떠 오른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색한 로컬 1위 기업이다. 혹자는 네이버를 ‘구글과 아마존의 경쟁력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럼 네이버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사용자의 니즈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측면이다. 즉 찾기 쉽고 알아보기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갖지 못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로컬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한글로 되어 있는 정보 검색 측면에서는 부동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네이버가 국내 시장 1위 수성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네이버가 출시된 SNS인 라인은 전 세계 5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및 동남아 시장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항하여 내놓은 여러 앱들이 호평을 받으며 시장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대학생 선호도 1위가 될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럼 전력산업은 활로를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세계 중전기기 시장을 보면 ABB, 지멘스를 필두로 6~7개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중전기기사 매출을 모두 합해도 12%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HVDC 시장에서는 글로벌 메이저사가 95%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업체가 과연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희망섞인 눈으로 바라보면, 국내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국내 전력시장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국내 업체들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고 있으며, 세계 1위의 전력서비스 품질을 자랑할 만큼 국내 전력산업의 실력은 만만치 않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더라도 전력산업은 극심한 수출 부진에 시달린 작년과 재작년에도 수출 증가를 이루어낼 만큼 전세계 시장 경쟁력도 조금씩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전력산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세계 시장에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의 전략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 기업이 넘볼 수 없을 만큼 로컬라이즈된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며,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제품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과는 뭔가 다른 차별화된 맞춤형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숙제이다. 하지만 전력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힘을 합쳐 나간다면 새로운 해법이 나오리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4대 고서의 하나인 주역에 나오는 어구를 하나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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