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조 관계자 “차이 인정하지만 차별은 없어야” 입 모아
고용 안정 달성만을 위한 조치는 ‘중규직’ 양산할 뿐 비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일부 언론보도나 정규직 직원들의 볼멘소리를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정규직 평균연봉만큼 무기계약직, 간접고용 인력 임금을 맞춰달라는게 아니에요.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하지 말아달라는 거에요. 월급 이외에 각종 상여금이나 휴가, 경조사 비용 등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더라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똑같은 일 하는데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복리후생 등의 실질적 개선을 바라는건데 그렇게 무리하고 지나친 욕심인가요?” - 이정민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국장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이 작업을 하다 동시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보상금이 너무 달라요. 안타깝습니다. 그 때 죽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한탄이 많았습니다. 단독정비작업이 가능한 인부가 대부분이지만 원청과 교섭을 통해 얻어낸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에요. 한전KPS나 한수원 정규직 직원처럼 어렵게 시험봐서 들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국민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 김인섭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누구보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정책 수혜여부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80만개 등 새 정부가 제시한 공약의 달성도 중요하지만 양적 목표 달성을 위해 무기계약직, 자회사 전환 등을 통한 형식적인 ‘일자리 바꾸기’ 등 일자리의 질적 저하가 이뤄져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특히 “무조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하지 않는 비정규직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시간제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몇 년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복리후생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직접고용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96.2만원이었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파견용역 월평균 임금은 184.6만원이었다. 문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상여금, 복지포인트 등 복리후생 관련 지급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연간 상여금 166만2000원과 복지포인트 40만4000원을 받고 있었고, 직접고용 시간제 비정규직의 임금에도 52만6000원의 상여와 17만2000원의 복지포인트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상여금과 복지포인트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순 차이를 둔 것이 아닌 명백한 차별적 대우로 판단된다.

김 연구위원은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자본의 비정규직 활용은 기간제 대체, 파견용역형태의 간접고용 활용으로 옮겨간 것 뿐. 회전문 효과, 풍선효과 등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꼬집었다.

불합리한 차별 등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이 고용안정 조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우근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안정만 달성하고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이 없으면 노동자들은 ‘중규직’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선 의지의 표명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 정책위원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가 제대로 의미를 갖기 위해선 고용안정과 적정임금 보장, 차별없는 대우 등이 담보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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