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은 20세기에서 일어난 기적의 하나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와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가가 21세기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OECD 평균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자원도 빈약한 국가의 지난 50여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가히 세계에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후발 국가들의 롤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의 어두운 면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나타난 중소기업·대기업, 수출·내수의 성장 불균형, 기업과 개인의 소득 불균형, 미흡한 사회안전망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은 가깝게는 사회통합과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멀게는 미래의 지속적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를 거둘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경험한 바와 같이 한국 또한 1990년대 이후 불평등이 증가하였고, 상대적 빈곤이 커지고 사회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98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었고, 상대적 소득빈곤 또한 개선이 더딘 실정이다. 지난 10년간 처분가능소득의 분위별 증가율을 보면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의 소득 증가가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최하위 계층보다 높은 2분위, 3분위, 4분위 증가율이 전체의 평균소득증가율보다 더 높거나 전체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었으나,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 소득증가율이 전체 소득증가율에 비하여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하위 소득층인 1분위의 소득증가가 고소득층인 5분위의 소득증가보다 증가 속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해진 한 측면을 나타내고 있다. 불평등은 빈곤층이 더 빈곤해지거나 부유층이 더 부유해질 때 커진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위의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할 때이다.

한국은 조세 및 소득이전제도가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주된 이유로 이전소득의 절대적 규모가 작고, 조세의 누진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 대비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정부의 총현금성 공공지출 또한 OECD 평균의 3분의 1수준이다. 2016년, 한국 근로자들의 조세관련 총부담금(소득세 및 사회보장금)은 총근로소득(gross wage earning)의 1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 25.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한국의 근로자들은 총소득에서 14.1%를 의무적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5.7%의 소득세와 8.4%의 사회보험금으로 납부로 구성된다. 이러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의무 지출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우리나라보다 지출 비중이 낮은 국가는 멕시코와 칠레 뿐이다. 소득수준이 유사한 일본과 핀란드와 비교해 볼 때, 일본과 핀란드 근로자의 총부담금 및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각각 22.2%, 7.8%, 핀란드가 30.8%, 22.0.%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조세 관련 의무 지출 부담이 작은 편으로 평가되는 이유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복지의 대부분을 사회보험에 의존하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를 띤다. 인건비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사회보험금 부담을 늘리는 형태로 복지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우리나라의 평균 인건비는 5만4000달러 수준이다. 이 중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2.2% 수준이다. 임금의 22.2%가 세금 관련 부담으로 빠져나간다는 의미이다. 이중 소득세 비중은 5.2%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나머지 부분인 사회보험금의 부담이 크다. 사회보험금 비용 중 7.6%를 근로자가 지불하고 그 나머지인 9.4%를 고용주가 부담한다.

직접세와 현금급여금(cash benefits)은 정부가 분배의 왜곡을 시정하는 데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직접세와 수급한 현금급여금 수준을 보면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내는 조세의 누진성이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불평등의 해소’라는 조세 및 소득이전제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의 향상이 필요해보이며, 더불어 제한적인 누진성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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