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폭에 감춰진 역사의 진실 ‘기린의 뿔’…대학로 여우별 씨어터서 7월 9일까지 공연

극단 김태수레파토리는 초여름을 맞아 실록에 오르지 못한 비화를 극화한 정통사극 ‘기린의 뿔’을 공연한다.

국내 연극계의 대표적 극작가인 김태수가 작품을 쓰고, 가천대 이영일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기린의 뿔’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절대권력을 상징하며 권력의 정점에 서있던 장옥정과 서인세력이던 문신 김만중과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극작가 김태수의 신작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손에서 빚어진 여러 편의 정통사극을 통해 이미 필력과 진가는 뚜렷이 확인된 바 있으며 이번 기린의 뿔에서도 그의 선 굵은 필치가 곳곳에서 발휘된다. 인현왕후를 폐서인시키고 중전의 자리까지 오른 장옥정의 국정농단을 보고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쓴 사씨남정기가 그 당시의 정치권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작가적 상상이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작가적 상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당위와 정황의 근거가 명확하여 섬뜩하다.

그런 요소로 인해 진실과 상상 사이에서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 순간도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게 관객들 마음을 흡인한다.

이 작품은 후궁으로서 최고 권력인 중전의 지위에 오른 장옥정이 시중에서 유행하는 김만중의 소설 사씨남정기가 자기를 빗대 조롱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와 대립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7년이 지나도록 인현왕후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자 중궁전엔 어둠이 드리워진다. 하지만 숙종의 총애를 받던 후궁 장옥정은 보란 듯 왕자 윤(경종)을 낳으며 정1품 희빈에 봉해진다.

숙종은 기다렸다는 듯 윤을 세자로 책봉한다. 그러자 당시 집권세력이던 서인들은 세자 책봉의 명을 거둬달라는 상소를 숙종에게 올리게 되고 장옥정은 그 사실에 분노한다. 결국 숙종은 기사환국을 통해 일거에 서인들을 축출하고 장옥정이 속한 남인들을 집권시킴으로 그녀의 권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서인의 주축세력으로 지목돼 축출된 김만중은 남해의 노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한글 소설 사씨남정기를 쓰며 권력의 실세이던 장옥정을 사라져야 할 악녀로 묘사한다. 그리고 사씨남정기가 김만중 조카에 의해 시중으로 번지면서 백성들에게 날개 돋친 듯 읽히자 장옥정은 김만중과 대립하게 된다.

유려하고도 힘이 넘치는 대사, 그리고 숨 막히는 내용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김태수의 익히 알려진 필력과 무용을 전공했던 이영일 교수의 움직임까지 가세한 기린의 뿔은 2017년 명품사극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을 맡은 김태수레파토리는 극작가 김태수가 지난 2009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극작가를 극단 명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극단이라는 게 김태수레파토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편 한 편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으며, 평단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2년에 한 편씩 정기공연을 하고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수시로 좋은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표작으로는 2009년 창단공연인 ‘서울은 탱고로 흐른다’, 2011년 공연한 ‘명배우 황금봉’, 2013년 ‘인물실록 봉달수’, 2016년 ‘맹교수의 원더풀데이’, ‘웃어요 덕구씨’ 등이 있다.

김만중 역에는 고마나루 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 경기예선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정의갑이 캐스팅됐고, 장옥정 역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넘치는 배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수퍼탈렌트 출신 강경헌과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월컴투마이월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열연한 한다연이 맡았다.

숙종 역에는 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 백치백지, 더 도어 등 작품과 영화 걷기 좋은 날, 부산행, 대호 등에 출연한 조준호가, 장희재 역에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 메디컬 탑팀, 영화 동창회의 목적, 보통 사람, 연극 허풍, 그날의 함성, 뮤지컬 바리 등에 출연한 김건이 맡아 열연한다.

작품은 6월 9일부터 7월 9일까지 대학로 여우별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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