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공기관, 비정규직 분야별·형태별 조사 돌입
보여주기식 아닌 지속가능하고 실질적 대안 마련 필요 주장도
경제계, 일률적 전환 갈등 예고…임금운용시스템 개편 선행돼야

한국노총은 지난 29일 공공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를 출범하고 구체적인 비정규직 현황 파악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9일 공공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를 출범하고 구체적인 비정규직 현황 파악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필두로 한 일자리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요 공공기관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5월 30일 정부 각 부처 등에 따르면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속속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일회성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단 정규직 전환 검토 돌입… 전환 대상·방식 협의·구체화는 과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과거 2년 이상 계속돼 왔고, 향후에도 2년 이상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무인 ‘상시·지속적’ 업무에 적용된다.

각 공공기관들은 우선 상시·지속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을 파악한 뒤, 전환에 따른 재정규모를 추산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래부는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분야별·형태별 조사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빠르게 대책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3만명의 정규직 전환에 착수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LH, 한국감정원 등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금융공공기관도 동참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332개 공공기관 중 비정규직은 올해 1분기 기준 3만7408명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이다.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11만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일시에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화 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제 막 정규직 전환에 대한 내부검토를 시작한 수준”이라며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아닌 용역·파견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회적‘교환’아닌 지속가능한‘전환’필요

앞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서울시의 경우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공공부문 정규직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직접고용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단계로 간접고용 용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추가전환했다. 3단계로는 민간위탁 고용구조를 비롯해 고용의 질 개선을 포함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향후 채용시에도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의 경우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해 일회적 전환이 아닌 향후 채용 관행 개선에도 신경을 썼다.

서울시의 사례로 볼 때 우선 정부의 직접고용 비정규직 3만7000여명에 대한 정규직화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임금이나 처우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임금수준, 근속인정, 복리후생, 해고요건 등 간접고용의 차별적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직접고용전환은 단순한 사용자 바꾸기에 불과하다”며 “직접고용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임의적·일방적으로 기준을 설정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입사지원서 달라진다…블라인드 채용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역, 스펙 등 차별이 되는 요인을 넣지 않고 진행하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입사지원서에 기재되는 내용이 개인의 역량, 인성과는 무관한 내용 위주로 돼 있고,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규정한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전면 도입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통해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국정기획자문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획일적 정규직 전환 반대” 비판도

경제계에서는 정부 압박에 의한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5월 25일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압박에 의한 무분별하고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불황에 직면한 기업이 정규직 고용을 늘릴 경우 비용 상승에 다른 경영부담이 커진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대신 경총 측은 임금 운용시스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제 대신 직무성과를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를 확산시켜 고용의 폭을 넓힐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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