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이고 새로운 행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단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을 ‘파격’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삶을 우리가 살았구나라는 것, 그리고 그동안 이렇게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왜 안했을까? 라는 것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 물론 상식적으로 쉽고 명쾌한 일들도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조직 혹은 개인 간의 여러 가지 문제나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꼬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원하게 시작하는 이번 정부를 대다수의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는 걸 거다. 꼭 정의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작은 쉬워 보이지만 참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국민 속담이 허세가 아니다.

요즘 많은 동료피디들이 사표를 쓰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고 있다. 현재 직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나, 다른 곳의 조건이 더 좋아서일 거다.

뭐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다른 일을 하면서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친한 스포츠피디 한명이 게임업계로 이직한다는 소식을 듣고 꽤 놀랐다. 워낙 유능하기에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테고 대우도 좋게 받을 거다. 그렇지만 만약 내게 그런 제안이 온다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조금이라도 가졌던 경력과, 좋던 나쁘던 익숙해진 일터가 주는 편안함을 제쳐두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도전을 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시작을 하려면 내가 가진 것을 놓아야하기에 시작이 반이 되나보다. 다른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설렘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심적으로도 많은걸 내려놓아야 한다.

이렇게 영역을 바꾸는 동료들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어떤 강한 전율이 느껴진다.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을 만났을 때 무모할 정도의 패기나 자신감을 보고 느끼는 젊음의 감정과 비슷하다.

그동안 나의 무뎌진 열정에 대한 부끄러움이 그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바뀌는 것이다. 내가 일을 할 때마다 나의 쌓인 경험은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힘들어’라고 자꾸 얘기하고 있는데, 잘 안다는 게 내게 더 핑곗거리를 주고 있는 거다. 나보다 더 연차가 쌓인 선배들은 거기에 추가로 ‘이 일은 무조건 해야 해. 근데 내가 해봤는데, 이건 별로고 저것도 별로야. 그것도 아니지 않아?’라고 주로 얘기한다. 어떻게 보면 좋은 충고지만, 다른 경우엔 참신한 시도를 가로막는 한 마디일 수도 있다.

가끔은 잘 안다는 것이 피디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 수년 동안 나를 포함한 나의 주변 사람들은 젊음의 패기와 자신감을 잃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본인에 대한 보신에만 신경 쓰고 있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뭔가 마지막 원고를 쓰다 보니 끝냄의 아쉬움 속에서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나의 마음가짐은 다시 젊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가끔 준비하지 않는 여행을 가는 이유는 계획하지 않았기에 좀 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더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고, 더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내 마음에 대한 위로를 선물하듯이.

이젠 나의 일상과 일터에서, 좀 더 용기 있고 설레는 삶에 도전해 봐야겠다.

광고처럼. YOLO!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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