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GM의 전기차 개발팀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최근 출시한 전기차 볼트EV가 워낙 인기가 많은 탓에 개발팀 직원조차 차를 살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회사 내부에서 차를 이용하기 보다는 최대한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 보급에 투입하거나, 렌터카로 활용하기로 방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볼트EV는 한국GM의 역작이다. 주행거리 383km, 4800만원이라는 비싸지만 싼(?) 가격, 현재 정부가 보조하는 2000만원 가량의 지원금까지 3박자가 맞으면서 이름처럼 ‘짜릿한’ 충격을 주고 있다. 볼트EV 사전계약을 시작한 3월 17일에도 신청자가 대거 몰려 들면서 크고 작은 논란도 발생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볼트EV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생산물량이 부족해 사고 싶어도 못 산다는 것. 만약 물량만 뒷받침이 됐다면 전기차 최다 판매 기록도 갈아치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볼트EV가 시장에 나온 이상 물량이 있건 없건 전기차 예비 고객들의 눈은 볼트EV를 향하고 있다. 예비 고객 입장에서 전기차를 지금 당장 구매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급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면 1년 정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1년만 지나면 볼트EV는 물론, 테슬라의 모델3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볼트EV의 돌풍이 시사하는 점은 간단하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가격만 적정수준에 도달하면 전기차 보급은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적거나,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이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걸 볼트EV가 입증한 셈이다.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급속 충전기도 현재 1320기나 깔려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년째 새로운 차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를 판매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볼트EV가 보여준 것처럼 차량 성능만 개선되면 소비자들도 얼마든지 구매할 준비가 돼 있다. 특히 전기차는 성능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신차 효과도 더 강렬하다. 정부만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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