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장소 제약없고 발전규모 조절 가능 등 장점 많지만
kW당 400만원의 설치비용 등 경제성 확보가 ‘걸림돌’
주택・건물용시장 활성화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 증대

서울 마포구에 준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을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서울 마포구에 준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을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연료전지는 태양광, 풍력 외에 분산전원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연료인 수소가스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며, 이 과정에서 열이 함께 발생한다. 석탄화력발전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는 약 40%, 에너지사용량은 약 26%를 절감할 수 있고, 발전효율이 높아 친환경 발전으로 분류된다. 현재 천연가스를 주원료로 수소를 얻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물의 전기분해만으로 수소를 얻는 기술이 개발되면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배출이 전혀 없는 무공해 시스템이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장점 많지만 여전히 더딘 보급…잠재력 발산은 언제쯤

구체적으로 기존의 발전방식은 연료의 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얻기까지 과정에 열, 운동에너지 등이 포함돼 있어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하다. 일반적으로 분산전원에 적용되는 기술은 연소방식의 소형 터빈, 디젤 발전기, 가스터빈 등이 있지만, 서브 MW 규모에서 에너지 효율이 30%를 상회하는 기술은 거의 없다.

반면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연료전지의 효율은 운전장치에 사용되는 전력이나 열 손실 등을 감안해도 최소 30~60% 이상이다. 열병합발전까지 고려한 전체 시스템 효율은 80%로 평가된다. 출력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연료전지는 설치 장소의 제약이 적다. 모듈형태로 제작할 수 있어 발전규모의 조절도 가능하다.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한 효율을 자랑하기 때문에 소형 발전소부터 MW급 발전소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소음, 유해가스 배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지가 마땅치 않은 도심에도 설치가 용이하다.

조경석 노을그린에너지 사장은 “연료전지 발전은 설치면적당 발전량이 높고, 장거리 송전에 필요한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간제약이 심한 도심에 적합하다”며 “발전소 준공 이후 시민들과 지자체 관계자들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연료전지 발전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고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더욱 많은 보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7차전력수급계획을 통해 발전용 연료전지를 2020년까지 641MW, 2029년까지 1351MW 보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치용량에서 연료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머물고 있다.

과제는 여전히 경제성 확보다. 시스템 가격과 발전단가 저감이 모두 필요한 상태다. kW당 400만원에 이르는 연료전지 설치가격은 아직까지 시장 활성화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0만원/kW 수준의 가격을 달성하면 분산전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연료전지 제조사인 두산은 최근 전북 익산에 국내 최대규모의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준공하며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고 핵심부품의 안정적 수급체계를 구축했다.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스택 부품 결함으로 인한 유지보수, 부품교체 비용이 상승하며 고전하고 있지만 매출을 점점 늘리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최근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마포구에 20MW급 노을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부생수소 등을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도 진행중이다. 인천공항, 부산, 평택 등 연료전지 발전소 도입이 논의되고 있거나 이미 사업이 확정된 곳도 많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료전지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연료전지산업발전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회장사로는 전통적인 연료전지 강자였던 포스코에너지 대신 두산이 추대됐다.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물꼬 트일까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도시가스나 LPG를 이용하여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수백W-수kW급 열병합 발전장치다.

속속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와 달리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관련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 제도,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 기준 등으로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보조금 외에 현재 연료전지에 대한 지원은 미비하다. 국내 연료전지 업계는 지난해 연료전지 보급물량을 늘리면서 정부의 재정부담도 줄일 수 있는 ‘연료전지 임대사업’을 구상했다. 태양광 대여사업처럼 소형 연료전지를 가정에 빌려줘 전기요금, 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의 절감을 돕고, 연료전지에 대한 인식의 제고를 꾀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연료전지 임대사업이 연료전지 보급확대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누진단계가 3단계로 축소되면서 ‘연료전지대여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졌다. 월 500kWh 미만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은 물론 500kWh 이상 가구의 경제성도 매력을 느낄만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장 분석, 고객 유치 전략의 전면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한 연료전지 제조사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으로 인해 주택용 연료전지의 연간 절약금액은 전기사용량에 따라 20~60% 가량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기를 많이 사용해 누진 단계가 높았던 가구의 절감액 하락폭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싼 도시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면서 전기, 열을 생산, 사용할 정도의 수요가 있는 건물이 많지 않다. 발전용 연료전지에 적용되는 RPS 제도 등 혜택도 없다. REP, REC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시장이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주택용 연료전지 강국 ‘우뚝’

해외의 경우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주택·건물용 연료전지의 최대강국인 일본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대규모 실증‧보급을 통해 제품의 고효율화, 장수명화, 저가화를 진행해 지난해 말 기준 약 20만대에 육박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보급했다.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일본 주요 가정용 연료전지의 제품 단가는 평균 15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제품에 비해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이러한 성과는 수소에너지 산업화를 위한 일본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소사회 실현’을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키도 했다.

특히 일본의 주택용 연료전지 활성화는 ‘에너팜(Ene-Farm)’의 성공적인 안착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가정용연료전지 상용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부터 거치형 연료전지 대규모 실증사업을 시작해 과제를 도출하고 시스템을 개선했고, 제조공정, 유지보수체계를 끝마쳤다. 에너팜은 이러한 실증사업의 결과로 출범한 일종의 통합브랜드로 파나소닉, 도시바 등 연료전지 제조사와 연료공급회사가 참여했다.

일본 정부는 에너팜의 조기 시장 자립을 위해 2020년까지 140만대, 2030년까지 53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현재 약 1500만원 수준인 연료전지의 소비자 가격을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의 경우 2019년까지 800만원까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는 2021년까지 1000만원까지 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주요 연료전지 제조사는 건물용 열병합 발전 시장 규모가 큰 유럽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쉬, 비스만 등 유럽의 보일러, 연료전지 회사들과 연합해 대규모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 시장은 2020년에 약 8만 대 규모의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형성된 이후 본격적인 보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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