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소설 뿐 아니라 ‘추리’라면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된 추리물은 일부러 예고편이나 감상평을 보지 않고 단서를 찾아 볼 정도로 몰입해서 보는 편이다.

기자와 세 살 터울의 친동생도 같은 취미를 갖고 있다. 덕분에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보며, 줄거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기자의 비밀스러운 취미가 살짝 공개된 김에 첨언하자면, 최근의 추리물은 과거에 비해 구조적으로 많이 달라졌다. 선과 악, 탐정과 범인으로 나뉘었던 전형적인 구조의 흐름은 입체적인 인물들로 인해 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생각의 틀, 게임의 룰을 바꾸는 인물을 통해 독자의 ‘예측’을 벗어난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금 돌아왔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들은 우리 경제의 대외적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글로벌 무역주의 강화(46.9%)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대내 위험요인에는 전문가 10명 중 4명이 우리 경제의 산업경쟁력 약화를 첫 손에 꼽았다. 이어 경제전문가의 43.5%는 새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 방향으로 차세대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환경 개선 및 투자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29.0%)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러한 논의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의 시급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거센 추격에 주력산업 분야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갈 길이 멀지만 전문가들은 현저하게 저하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없고, 신산업 구조로의 전환이 더딘 흐름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할 때 필요한 게 바로 ‘룰 브레이커’다. 기존의 게임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는 인물이, 기업이 등장할 시점이다. 막혔던 추리의 흐름을 바꾸고,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소설 속 이들처럼 우리 경제에도 하루 속히 해법을 찾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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