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국가의 재정은 민간부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모집된 자금을 필요한 부문에 지출하는 정부의 활동이다. 이론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는 크게 세 가지 목적으로 재정 활동을 수행한다. 자원배분조정, 소득재분배, 경제안정화다. 자원배분조정은 도로, 상하수도, 발전소 등을 건설하고 외교, 국방, 경찰 서비스를 제공해 사회의 인프라를 정비한다. 소득재분배는 누진과세, 사회보장 등을 통해 소득격차를 시정한다. 또한 증세·감세 등 세입 부문과 공공투자 삭감·확대 등 세출 부문을 통해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재정정책을 수행해 경기를 조정한다. 즉 정부의 재정활동은 자원의 배분을 조정하고, 소득격차를 시정하고, 경기 조절을 통해 경제의 안정 성장을 추구한다.

한국은 2016년 고령사회를 지나, 2026년이 되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초과)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변화와 성숙경제로의 진입으로 경제 성장률은 연 2∼3%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로 나타나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과도한 복지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국가의 복지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새로운 경제환경에 대한 정책수요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낮은 조세부담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나 조세재정연구원의 장기재정전망에서도 현재 19% 수준인 조세부담률로는 장기재정수지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재정수요가 발생하면 어딘가에서는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 복지형태는 북유럽형이라기 보다는 영미형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한국의 조세 구조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영미형 복지국가에 비하여 여전히 후진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국가들의 조세 구조를 직·간접세 관점에서 살펴보면 미국의 직접세 비중이 76%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이 68%, 영국이 59% 수준으로 한국의 55%에 비하여 많게는 20%p, 작게는 5%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OECD 국가와 비교해서도 한국의 직접세 비중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필자 분석에 의하면 자료가 발표된 OECD 34개국 중에서 한국보다 1인당GDP가 높은 22개국의 직접세 비중은 61%로 나타나 한국보다 평균 6%p 높았으며, 한국보다 1인당GDP가 낮은 11개국의 직접세 비중은 38%로 한국보다 평균 17%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직접세 비중에 비하여 간접세 비중이 높을 때 국가의 세수 구조가 후진적이라고 평가된다. 직접세는 일반적으로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일치하여 조세부담이 전가되지 않은 조세를 의미한다. 세목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이 해당된다. 즉, 직접세는 소득과 재산 수준에 비례하여 부과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전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간혹 언론에서 간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30년간 간접세 비율이 50% 수준에서 정체되어 왔으며, 현재도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직접세 비중이 낮은 현실을 고려하면 간접세를 강화하는 방향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높은 세율이 경제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북유럽형 국가는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도가 높고 부가가치 창출에도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보면 단순히 세금부담이 많다고 해서 경제자유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접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 특히 소득세 부분은 자산소득에 대한 세부담보다 근로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과중한 측면이 있다. 자산소득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세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자산소득세 강화는 국민의 근로의욕과도 연결된다. 자산소득이 높아지는 경제환경에서 근로소득 중심의 세제가 지속된다면, 일할 의욕이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구성원의 공평한 세부담을 통한 재정수요 충당과 사회·경제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통해 국가 경제의 안정 성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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