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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편지)(55)기쁨과 슬픔이 교차 하는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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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철쭉
모처럼 아침 지리산에 들었습니다.
진달래꽃 지고 철쭉꽃 피는 숲속에는 소녀의 비단결 머리카락처럼 부드러운 연초록 풀들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두 시간여의 산행 끝에 능선에 오르니 붉은 아침놀이 점점 붉어져 동녘하늘이 마치 불이라도 난 것 같았습니다. 하늘엔 아침놀이 붉고 산정엔 철쭉이 붉어 온통 뜨거운 오월의 아침입니다.
사는 일이 늘 그러하겠지만 특히 올해 오월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날들이었습니다. 오랜 암투병 생활을 하던 처형이 생을 달리하였습니다. 우리 세쌍둥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한 아이를 맡아 길러준 따뜻한 마음의 형제이었기에 그 슬픔이 더욱 애통하였습니다.
앞서 며칠 전에는 지난 가을에 결혼한 큰딸이 한 장의 사진을 부쳐 임신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터라 내심 기다려왔는데 마침내 소식이 온 것입니다. 아직 아기가 잘 구별이 잘되지 않는 태아사진이지만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진작가라 해도 담아낼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지요. 그렇게 태어남과 돌아감의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는 오월입니다.
인디언들은 오월을 ‘오래 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불렀답니다. 온갖 생명들이 푸르러지는 오월의 경이로운 자연 앞에 그들은 왜 오래 전에 죽은 자들을 생각했을까요. 오늘의 이 경이로운 대지에 오래 전에 죽은 자들의 영혼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삶과 죽음은 그렇게 한 몸인가 봅니다.
삶은 죽음을 노래하고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잉태하니까요.
들판에는 못자리가 한창입니다.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는 인큐베이터이지요. 볍씨들이 싹을 틔워 우리의 들판에 푸르게 출렁이고 농부들은 제 자식들처럼 정성껏 돌보겠지요. 애면글면 논이 마르면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해로운 벌레를 잡아주겠지요.
그리고 이번 오월은 어떤 해보다 특별한 오월입니다. 이 땅의 역사에서 뿌리 뽑지 못한 적폐청산을 선언한 새 정부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의 선서장면을 보다가 눈물이 글썽여 슬며시 마당으로 나오고 말았답니다.
이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정의로운 세상을 물려 줄 수 있겠구나 하는 기쁨의 눈물이 멈추질 않아 감자와 땅콩과 고추 푸른 싹들을 모아 놓고 나만의 선서를 하였답니다.
당신의 오월은 어떠하신가요?

으름덩굴 무성한 숲길 접어들어 물가에 이르자 내 기척에 놀란 멧돼지 한 마리 산 위로 튀고 놀란 가슴 나도 걸음을 멈추니 숲이 적막강산이다

오월의 숲

복수초노루귀 봄꽃들은 벌써 씨앗이 영글어간다 돌아보면 두서없는 뒤죽박죽 봄날이었지만 꽃들은 누구를 탓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꽃 피우고 씨앗을 품었다
연초록 나뭇잎 사이로 출렁이며 내리는 햇살 환한 오월의 숲은 온통
노랑매미꽃들의 세상 문득 노랑매미들이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오를 것 같다
아직 서늘한 숲 그늘에 앉아 뜬금없는 꿈과 그리움의 날개를 펼쳐본다
노랑매미들이 날개를 반짝이며 일제히 날아오르는 숲은 그 얼마나 찬란할 것인가
으름덩굴 무성한 숲길 빠져나와 지나는 마을 돌담 사이 사이로 애기똥풀들 피어 낡아가는 마을을 환하게 밝힌다
작성 : 2017년 05월 22일(월) 10:56
게시 : 2017년 05월 24일(수) 10:08


글 + 사진 │ 김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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