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대신 전기차, 고기 대신 채식

<편집자주>

우리는 지구의 속을 뒤집어가며 성장했다. 그 결과 환경파괴의 대가를 후불로 치러야 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은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가 찾은 할부방식은 저탄소‧친환경 생활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기차를 타고 강원도로 떠났다. 친환경 자동차를 타고, 로컬 푸드를 이용하고 채식을 했다. 또, 텀블러도 사용했다. 강원도는 폐기물을 자원화하고, 에너지 자립형 건물을 짓고,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카셰어링 전기차 타고

소유가 아닌 공유의 시대다. 공유경제는 친환경 제도다. 자원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필요할 때만 이용하기 때문에 자원의 활용이 극대화된다. 공유차량 1대는 일반 차량 15~20대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기차 여행을 계획하면서 친환경 여행기 취지에 맞게 카셰어링을 선택했다. 전기차 예약은 어플로 간단히 끝!

전기차에 올라타 전원 버튼을 누르자 부챗살이 펴지며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소리를 내며 켜졌다. 엔진소리가 없어 시동이 걸렸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울 정도. 조심스럽게 페달에서 발을 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행가능거리는 181km. 첫 번째 목적지인 홍천군청은 110km 정도 떨어져 충전 없이도 주행이 가능했다.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핸들이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좌우로 핸들을 돌리기에 뻑뻑했다. 전기차는 가·감속 속도도 내연차량에 비해 빨랐다. 페달을 밟자마자 가속도가 붙고,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바로 감속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차를 충전하기까진 한참이 걸렸다. 어디에도 전기차 충전기 안내표지판은 없었다.

“전기차 충전기는 어디에 있어요?”

물어물어 간신히 군청건물 뒤편과 입구 쪽 주차장에 위치한 충전소를 찾았지만 뒤편 충전기는 장비처럼 앞을 가로막은채 주차된 차 때문에 돌아서야 했다. 전기차 충전소의 낮은 이용률과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로컬푸드 음식점을 찾았다. 식재료가 운반되는 동안에도 탄소는 발생한다. 로컬푸드 이용만으로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저녁거리도 로컬푸드매장에서 장을 봤다. 강원도에서는 로컬푸드매장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저탄소․친환경 생활화를 실천하는 동시에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가격이 더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태양광 전기·지열 난방으로 1박

숙소는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지열보일러로 냉난방을 하는 에너지 절약형 펜션으로 정했다. 외부 에너지 없는 생활이 정말 가능할까. 그때, 펜션 2층 베란다에 비스듬히 서 있는 태양광 패널이 눈에 띄었다.

펜션 주인장인 이창수 씨는 “2층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패널은 3.15kW 규모로 오늘만 14.7kW를 발전했다”며 “하루 동안 충분히 쓰고도 남는 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열보일러는 전기보일러보다 3배 효율이 높고, 지열보일러 활용을 높이기 위해 3000L 축열조 물탱크를 설치했다”며 “한 겨울 모든 객실에 이용객이 있지 않는 이상 지열보일러로만 난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앞으로 태양광 발전을 추가로 설치해 에너지 절약형 펜션을 넘어 에너지 자립형 펜션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미시령에서도 충전걱정에 ‘안절부절’

이튿날 아침 확인한 전기차 잔량은 24%. 대략 48km 주행이 가능했다. 다음 목적지인 대관령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은 52km 떨어져 있어 충전이 필요했다.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평창휴게소에 진입하자 태양광 발전패널이 주차장을 지붕처럼 덮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패널 끝에 충전기가 있었다. 다행히 사용자가 없어 바로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전기차가 충전하는 동안 아침식사를 했다. 메뉴는 비빔밥. 채식은 저탄소 식단이다.

충전은 보통 4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충전시간에 밥을 먹거나, 밥을 먹을 때 틈틈이 충전을 하는 것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은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잦은 충전과 긴 충전시간이다. 차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행 중 적잖은 스트레스가 됐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충전소를 찾지 못해 발생한 에피소드 하나. 동해안 고속도로로 이동해 속초에서 미시령을 넘는 경로를 선택했는데, 동해안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일이 터졌다. 차량의 EV메뉴에서 검색한 충전소는 주행가능거리 밖에 있었다. 고속도로라 차를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앱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를 검색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충전소가 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남녀노소 따로 없는 친환경 교육의 장

강릉에 위치한 녹색도시 체험센터는 친환경 교육의 랜드 마크라 할만 했다. 아이들은 생태놀이터에서 뛰놀며 신재생에너지를 배우고, 어르신들은 에너지 자립형 건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친환경 비누를 직접 만들면서 생활 속 친환경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기도 했다.

녹색도시 체험센터는 태양광과 지열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소비하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다. 컨벤션 센터 옥상에는 태양광발전을, 체험연수센터 창에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을 설치했다. 태양광에너지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100kW급 에너지 저장장치(ESS)도 마련했다.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건물의 냉난방을 책임진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으로 녹색도시 체험센터의 에너지 자립도는 약 52.4%에 이른다.

장인수 녹색도시 체험센터 운영담당은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녹색도시 체험센터는 친환경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이틀간 저탄소 생활화로 4인 가족 닷새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저탄소·친환경 여행으로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75.66kg. 4인 가족 기준 대략 5일치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다.

이틀간 총 주행거리는 622.14km로 소형 휘발유차로 이동하면 119.58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거리다. 전기차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동력으로 삼는 전기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이번 여행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58.54kg이다. 같은 크기의 휘발유 차량을 이용했을 때보다 61.04kg 적은 수치다.

펜션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바비큐 대신 채식을 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소고기는 320g 당 4.39kg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1회용 컵은 0.01kg의 탄소를 배출시키기 때문에 음료를 마실 때에는 텀블러를 사용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로컬푸드 음식점을 이용했고, 로컬푸드 매장에서 장을 봤다. 에너지 절약형 숙소에서 숙박해 탄소 배출량은 제로(0)였다.

◆불편해도 괜찮아

1박2일 동안 전기차로 6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은 여행하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했지만, 세상은 조금 더 맑아졌을 것이다. 텀블러 사용, 채식 위주의 식단, 로컬푸드 이용 등 친환경 생활습관도 마찬가지다. 조금의 불편만 감수하면 된다. 문명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환경파괴의 비용을 저탄소‧친환경 생활화로 매일 조금씩 지불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