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되면 적절할까? 답을 하나의 관점에서 도출하기 쉽지 않고, 또한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나온 답에 대해서도 모두가 동의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음에 대한 답은 수학과 같이 일대일로 대응해 나오는 답도 아닐뿐더러, 적절한 관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역사적 과정이 상이해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크기에 대한 일반적이고 명백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국민의 일반의식 또는 정치의식과 관계를 가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라 보는 게 적절하다. 즉, 정부의 크기는 국민의 토론과 의사결정을 거쳐 결정된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규모는 공공부문 인력 규모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공공 부분의 고용 비중은 전체 고용 대비 7.6%(2013년 기준)로서 OECD 평균(21.3%)보다 1/3 수준이며, 또한 노동인구 대비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7.4%로 OECD 평균(19.3%) 보다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인력의 규모는 과거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국제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공공부문 규모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 규모의 증가에 대한 우려는 아마도 정부의 효율성 측면에서의 불만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3년 OECD 국가의 평균 정부지출은 국내총생산의 41.9% 수준이다. 그리스(60.1%), 슬로베니아(59.7%), 핀란드(57.8%)가 지출이 가장 많은 반면, 한국(31.8%)과 멕시코(24.4%)는 가장 적었다.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 또한 증가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1인당 정부지출은 1만509 달러로 이는 OECD 평균(1만7719 달러)의 60% 수준이다. 참고로 일본은 1만5338 달러로 OECD 평균의 86%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지출 관점에서 정부의 크기를 분류해 보면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을 큰 정부로 구분할 수 있으며 한국, 멕시코 등을 작은 정부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빈곤 불평등 심화, 실업율 증가 특히 높은 청년실업율, 높은 가계부채 및 생산성 정체 등 경제·사회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향후 다양한 정책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낮은 조세부담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의 국가재정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국가채무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높은 국가신용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있을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역량의 여유는 다소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19.4% 수준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OECD 평균 대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이와 같은 낮은 조세부담률로서는 장기재정수지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세부담률을 인구구성 및 사회복지비 지출 규모에 맞추어 장기 재정수요를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크기에 대한 논의는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해 정부규모 축소를 지향하는 관점과 소득재분배와 복지강화를 위한 정부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대별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의 크기는 이와 같은 관점의 차이점을 기초로, 적절한 통계자료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통해 국민의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크기에 대한 이와 같은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즉 정부의 크기가 작든지 크든지 상관없이 정부는 효율성 관점에서 적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작은 정부라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고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큰 정부라도 국민을 위하는 서비스가 만족스럽고 적절하게 제공 된다면 그 정부의 크기의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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