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형로펌 A사는 자기가 일한 시간에 비례해 변호사(파트너)에게 보수를 지급한다.

이 회사 파트너들은 일반 영업직 직원처럼 기본급 비율이 낮고 전적으로 일한 시간과 실적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다. 야근수당도 정확히 계산돼 나오고, 자기계발비나 사용하지 않은 휴가는 급여로 100%로 환원된다.

만일 변호사가 한 달에 300시간을 일했다고 의뢰인에게 청구하고, 자신의 시간당 Fee(급여)가 30만원이라면 로펌은 의뢰인에게 그 달에 9000만원을 받고, 통상 그 1/3을 변호사에게 급여로 지급한다.

변호사 별로 능력과 경력이 다른 만큼 시간당 Fee와 사건 담당건수는 천차만별이다. 보통 Fee는 25~80만원 정도이며, 사건 담당건수도 적게는 몇 건에서 많게는 10건을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변호사들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본인의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가 켜지는 동시에 근무시간을 계산하는 시계가 작동한다. 반대로 퇴근하면서 컴퓨터를 끄면 근무시간을 계산하는 시계는 작동을 멈춘다. 물론 자리에 있는 모든 시간에 대해 100% Fee가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에 200~300시간 정도는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업무량은 엄청나다. 일주일에 6일은 보통 밤 12시가 돼서야 퇴근한다. 웬만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10년 이상 회사에서 버텨내기 힘들다.

반면 B 제약 회사의 경우 철저한 호봉제로 돌아간다. 승진 순서와 월급을 연차에 비례해 받는다. 성과급도 팀원들이 똑같이 나눠 갖는다. A기업 사장은 “팀 안에서도 그 팀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 당연히 있고, 어떤 팀은 그 팀 매출의 90%를 혼자 다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그 사람만 키워주면 회사 전체가 무너진다. 대신 우리는 실수했을 때 한 사람에게 몰지 않고 책임을 다 같이 진다”고 말했다.

A로펌과 B기업 어느 회사의 임금체계가 더 합리적일까? 물론 경쟁을 통해 성과를 보상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A기업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지나친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B기업이 더 맞을 수 있다.

보통 A기업의 임금체계는 영업직이나 전문직 종사자에게 적합하고, B기업의 경우는 협동조합이나 공공기관에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이 둘을 적절히 조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성과보상체계는 당장엔 실적향상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철저한 호봉제와 공동성과급체제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적을 수는 있지만,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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