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핵심 설비인 전차선 외길 30년, 자부심 커”

“입사할 때만 해도 국내 전철화율이 13% 정도였는데, 어느새 72%를 넘겼네요. 기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이 같은 철도 환경을 만드는 데 저도 조금은 일조했다는 생각에 가끔 뿌듯할 때가 있어요.”

박병곤 철도시설공단 부장은 지난 1986년 철도청에 입사, 31년여 시간 동안 전차선 분야에 종사해 온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입사 후 지금까지 쭉 전차선 시공과 감독, 전차선 사업발주, 전철화 사업관리 등 전기철도 업무만 맡으면서 역량을 키웠다.

30여년을 전차선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그동안 쌓인 자부심도 크다. 전차선은 어떤 건설공사에도 없는 철도만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흔히 철도에서는 전차선과 신호, 궤도를 코어 시스템이라고 불러요. 경부고속철도 1단계 때는 프랑스에서 기술을 이전받았지만, 이제 국내 전차선 업계는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죠. 이 같은 기술적 진보 속에서 저 역시 전차선 분야를 전문적으로 맡아 왔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동안 담당했던 일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것은 경전선 삼랑진~마산 구간에 DST 2단적재열차 도입을 위한 전차선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해당 구간 전차선 개량을 위해 사업비 관리부터 공사관리까지 담당했을 뿐 아니라 국내 실정에 맞는 전차선로 구축을 위해 공부도 많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로 2단적재열차를 투입하는 일인 만큼 쉬운 일도 아니었다. 단순히 전차선을 차량 높이에 맞춰 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 터널 내부 단면적과 전철주 기울기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야 했다.

“경전선 삼랑진~마산 구간의 전차선 공사 때 참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2단적재열차 구축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전차선 분야에서 워낙 귀한 사례라서, 해당 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원 논문도 썼어요. 고생했던 경험을 여러 가지로 잘 활용했죠.”

31년여를 일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품질’이다. 급하게 시공을 하기 보다는 규정을 지키며 여유있게 시공함으로써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는 편을 선호한다고 박 부장은 전했다.

그러다보니 협력사들 입장에서도 반가운 감독관이다. 자신들의 기술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단의 역할은 국토교통부의 건설 사업을 위임받아서 원만하게 관리하고 제대로 된 품질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돈을 적게 주고 효율을 높이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고, 충분한 비용을 들여서 거기에 걸맞는 충분한 가치를 실현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앞으로 30여년 간 쌓아 온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점차 활발해지는 해외시장 진출에 발맞춰, 전기인들이 해외시장을 섭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제 우리 후배들은 해외 철도시장에서 활약해야 해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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